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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이견에… ‘조직 개편’ 빠진 반쪽 LH 혁신안

입력 | 2021-06-08 03:00:00

공공택지 조사 국토부 이전 추진
직원 20% 내년말까지 줄이기로
“개발정보 유출 우려 여전” 지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갖고 있던 신도시를 포함한 공공택지 조사 권한을 국토교통부로 넘기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LH 전체 직원의 20%인 2000명 이상을 내년 말까지 감축하고,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도 종전 7명에서 529명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개발정보 유출 우려가 여전한 데다 LH 조직개편안 발표를 8월로 미루면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언해 온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LH 혁신안’을 내놓았다. 3월 초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이다. 혁신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택지 조사 업무는 국토부가 맡는다. LH는 후속 절차인 택지 보상, 부지 조성, 주택 공급 업무만 담당한다. 이는 공공택지 조사부터 보상, 주택 건설까지 전 과정을 LH가 독점하는 구조가 투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공개 개발 정보를 직접 다루는 택지 조사 업무에서 LH가 완전히 손 떼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가장 관심을 모았던 LH 조직 개편안은 당정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완의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직원이 하던 일을 국토부 공무원이 담당하는 것 외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LH가 하던 택지조사, 국토부가 담당… ‘개발정보 독점’ 구조 그대로
핵심 빠진 LH 혁신안

정부는 LH의 공공택지조사 권한을 분산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동시에 조직을 개편하면 LH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공공택지 조사를 담당하는 기관만 바꾸고 미공개 정보를 공공이 독점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한 투기 우려는 여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조직개편안도 미뤄지면서 ‘반쪽짜리’ 혁신안이 됐다. 인력 감축 역시 정리해고나 강제 전직이 힘든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 미공개 개발정보 유출 우려 여전
국토부는 연내 공공택지조사과를 신설하고 택지입지 조사 전담 인력 20명 내외를 두기로 했다. 이는 LH에서 택지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80여 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LH보다 적은 인력으로 대부분 순환보직을 해왔던 공무원들이 그동안 하지 않던 택지 조사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택지 조사 권한을 국토부가 갖더라도 결국 국토부가 이를 다른 산하기관에 맡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제2, 제3의 LH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공직자를 통해 미공개 개발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LH에는 토지와 주택 공급, 주거복지(공공임대 공급) 등 핵심 기능만 남기고 다른 기능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공공기관으로 넘기기로 했다. 시설물 성능인증 업무와 안전영향 평가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 국토정보화사업은 국토정보공사나 한국부동산원으로 넘기는 식이다. LH의 영향력과 큰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기능만 떼어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LH의 핵심 기능을 나누는 조직개편과 관련해선 당정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대신 토지개발과 주택 공급, 주거복지 등 LH의 3가지 핵심 기능을 어떻게 나눌지 3가지 대안을 놓고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8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 조직개편 확정 못한 미완성 혁신안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LH를 토지개발과 주택 공급 및 주거복지로 분리하는 방안(1안) △LH에 토지개발과 주택 공급은 두고 주거복지만 떼어내는 방안(2안) △주거복지를 떼어내 모회사를 만들고 LH는 자회사로 두는 방안(3안) 등이다.

정부는 그간 당정 협의에서 공급대책과 만성 적자인 주거복지 기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3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은 토지와 주택개발 업무를 기존처럼 LH가 담당하는 만큼 투기 우려가 여전하다며 정부안을 거부해왔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4일 “지주사 개편안(3안)은 사실상 무산됐다”며 “주거복지 기능만 별도로 떼어내는 방안(2안)이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LH 직원에 대한 인력 감축도 추진된다. 올해 3월 기준 LH 직원은 9907명으로 20%가 넘는 2000명 이상을 내년 말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인력을 감축할지가 관건이다. 정리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다른 기관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도 강제할 수는 없다. 명예·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LH 본사 직원을 1700여 명 늘려 놓고 다시 2000명을 감축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직원과 직계가족의 부동산 보유 내역 등록을 의무화하고, 실제 사용하지 않는 토지 취득도 금지한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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