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성남=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9일 오후 3박 5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한반도를 잘 알고 있어 대화가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방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두 정상이 어떤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정상 간 ‘케미스트리’(호흡)가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별다른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변호사 출신이고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한파로 분류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어 문 대통령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가톨릭-변호사-진보 진영 공통점
청와대는 김대중 정부와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겹쳤던 1998~2001년 이후 20년 만에 한미 모두 진보 정권이 호흡을 맞추게 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마지막 회담은 2000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두 정상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문 대통령은 묵주 반지를 항상 끼고 다닌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가톨릭 신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주변에 말해왔다. 문 대통령은 학생운동으로 투옥돼 군 입대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문 대통령이 경남 양산의 자택에서 비공개로 휴가를 즐기듯 바이든 대통령도 주말엔 워싱턴을 떠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에서 주말을 보낸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예측 불허에 즉흥적인 성격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이 토론과 설득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 중국-북한 문제 온도차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부통령, 외교위원장 등 경륜이 풍부한 베테랑 정치인이자 외교 전문가다. 문 대통령은 20년 넘게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하기 전까진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포용정책을 지지했던 과거와 달리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심각하게 보고 대화뿐 아니라 억지와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하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미중 사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 동참 등 예민한 이슈를 문 대통령 앞서 직접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