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영상 엉터리 자막… ‘그레이 아나토미’ 등 유명 작품서도 나타나 OTT 열풍에 아마추어 번역가 늘고… 에이전시, 번역가 재하청 운용 구조 번역비 과도하게 낮춰 날림 잦아 “업체들 자막관리 체계 갖춰야”
서울 마포구 글밥아카데미가 이달 초 개설한 3개월짜리 영상 번역 강의에는 100명 넘는 수강생이 몰렸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00%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데도 열기가 뜨겁다. 수강생들은 영어회화 강사부터 영화사 직원, 실직자까지 다양하다. 김명철 글밥아카데미 원장은 “자투리 시간에 추가 수입을 올리려는 직장인 수강생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늘어나고, 해외 콘텐츠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영상 번역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영상물이 주로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바람에 온라인 동호회 등이 만든 자막이 많이 쓰였다. 전문 번역가의 손을 거치지 않다 보니 엉성한 자막이 적지 않았다. 반면 유료 서비스인 OTT는 번역가가 작업한 자막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상 번역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OTT와 영상 번역가를 연결해주는 에이전시도 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번역 에이전시는 100여 곳으로 추산된다. 영상 번역 학원에서 1년 과정을 막 마친 초보자의 경우 1분짜리 영어 영상 번역에 2000∼4000원 정도를 받는다. 통상 1분짜리 영상을 번역하는 데 10∼20분이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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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번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OTT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OTT 업체들이 자막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아서 잘못된 번역을 거르지 못하고 있다. 유능한 영상 번역가에게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등 자막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