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휴전에 대한 그의 지지를 표명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이집트를 비롯해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할 미국의 개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휴전’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 왔다. 다자무대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는 데 계속 반대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샀다.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에 대한 지지 의사를 이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런 미국의 태도에 대한 민주당 진보진영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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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5일 이스라엘에 7억3500만 달러(약 8300억 원) 상당의 정밀유도무기 판매를 승인해 의회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의회는 15일 간의 심사를 거쳐 이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낼 수 있지만 지금 남은 절차와 시간을 봤을 때 의회가 무기 판매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WP는 분석했다. 미국이 앞에서는 두 나라 간 휴전을 중재하면서 실제로는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논란이 일자 이슬람권은 반발하고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국이 피묻은 손으로 역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란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두고 “인도주의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주로 목표로 삼은 군사전략물이 ‘메트로’로 불리는 하마스의 지하 군사기지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군사작전이 시작된 10일부터 18일까지 총 4번에 걸쳐 메트로를 겨냥한 공격이 이뤄졌다. 앞선 세 번의 공격에서 약 100㎞에 달하는 메트로 내 군사 시설물이 파괴됐고, 18일 공격으로 15㎞ 구간에 이르는 터널 시설물이 추가로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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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지하터널은 군 물자를 수송하고 비축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2014년 ‘50일 전쟁’으로 불리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간 지상전에서도 하마스 무장병력이 지하터널을 통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메트로는 하마스가 2007년부터 약 12억5000만 달러(1조4100억 원)를 들여 구축했다. 네트워크를 이루는 터널 개수만 13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