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곳 인근의 대형약국체인 점포에 들어가 보니 직원과 손님들은 100%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이곳의 흑인 여성 직원은 “난 백신을 맞았는데 여기서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내에서 마스크 벗어도 된다는 뉴스를 봤다. 하지만 여기선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하고 그게 우리의 규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한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만난 한 백인 여성은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경계심을 풀지 말고 낮은 자세로 지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아직은 바이러스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변에 있는 여객선 선착장에도 가 봤다. 페리 매표소나 푸드트럭 앞처럼 긴 줄이 생겨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곳에서는 바깥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대체로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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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하지만 이런 엄청난 ‘자유’가 주어졌는데도 적어도 이번 주말 뉴욕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하철, 버스 등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곳은 물론이고, 쇼핑몰과 마트 등 실내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녔다. 맨해튼의 길거리나 공원 등 야외에서도 마스크 쓴 사람의 비율은 절반을 훨씬 넘어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뉴욕시는 성인 인구의 절반 가량이 이미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이들 상당수는 기꺼이 입과 코를 가리는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정부에서도 연방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들은 대체로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를 환영하고 나섰지만, 뉴욕을 비롯해 매사추세츠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곳들은 마스크 해제 여부를 주 차원에서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가 백신을 맞은 사람인지 구별하기 불가능하다는 점도 마스크를 쉽게 벗을 수 없는 이유다. 월마트는 백신을 맞은 고객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하면서 “고객들에게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백신을 맞지 않고도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만 그냥 사람들의 선의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접종 여부를 추적할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라며 “마스크를 벗은 이웃들이 실제로 백신을 맞았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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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과 보건당국의 이번 지침 발표가 너무 앞서간 측면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오닐 보건법연구소장은 트위터에 “CDC는 백신 맞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면 아직도 백신을 망설이는 사람들에 접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럴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모두 마스크를 벗어버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아직도 불안해 하며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인식했던 것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백신을 맞았다면 여러분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하지만 기억하라.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일부는 백신을 맞더라도 마스크를 쓰길 원할 수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더라도 친절하게 대해 달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