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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은 1년도 ‘내 갈 길’ 간다는 文, 국가역량 한데 모을 수 있겠나

입력 | 2021-05-11 00:00:00

굳은 표정으로 입장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취임 4주년 연설을 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에 들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직접 소통한 것은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112일 만이다. 대기실에서 머무르다 연설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문 대통령의 손에 마스크가 들려 있다. 문 대통령은 약 30분간 연설한 뒤 40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을 했다. 집권 4년 공과(功過)를 설명하고 남은 1년 국민 협조를 구하는 마지막 기회였음에도 문 대통령은 ‘마이 웨이’ 태도를 고수했다. “4·7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부분 조정을 하겠다고 한 게 그나마 한발 물러선 사례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문제나 코로나 백신 부족 문제 등에 대해 “송구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위기 때마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가 있다”며 야당과 언론 탓을 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현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해 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니 국정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보일 리도 없었다.

일부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관 인선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사권자로서의 고충도 많겠지만, 해외 유명 관광지의 세미나에 온 가족이 동행하거나 유럽산 도자기를 대량 반입하는 등 좀스럽고 낯 뜨거운 행태가 새로 드러났으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보다는 제기된 의혹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나 월성 원전 수사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며 검찰에 대한 불신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거나, 강성 친문 세력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적절치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문제와 관련해 국민 통합에 미칠 영향과 사법 정의와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또 비켜갔다.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서도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기존의 태도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글로벌 팬데믹 위기 속에서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문 대통령은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당장 답답한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급하다. 남은 1년, “나와 우리 편이 옳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국가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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