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의 전광판을 장식한 필립공 추모 영상. 런던=AP 뉴시스
영국 공영방송 BBC가 9일 세상을 떠난 필립 공의 추모 영상을 황금시간대에 틀어 시청자들의 항의가 폭주하고 시청률도 폭락했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BBC One과 BBC Two 채널은 금요일인 9일 밤 모든 방송 스케쥴을 취소하고 사전 녹화된 필립공 헌정 영상을 24시간 동안 내보냈다. 그런데 황금시간대인 금요일 밤에는 40년 가까이 방영 중인 연속극 ‘이스트엔더스’와 1968년 방송을 시작한 가드닝 정보 프로그램 ‘가드너스 월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마스터셰프’의 최종회 등이 방송될 예정이었다.
9일 영국 런던에서 필립공의 사망 소식을 취재하는 취재진들의 모습. 런던=AP 뉴시스
BBC 웹사이트에서도 항의가 폭주했다. 이에 BBC는 필립공 추모 영상에 관한 불만을 접수하는 온라인 폼을 별도로 만들었다. 가디언은 이러한 조치가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의견이 폭주하는 데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접수된 의견을 BBC는 14일 공개할 예정이다.
BBC의 전폭적인 추모 방송과 그에 따른 대처는 영국의 좌·우 진영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노동당 소속 정치인이자 전 환경부 장관인 크리스 멀린은 트위터에 “BBC가 필립공 추모 영상을 북한의 국영방송처럼 내보낸 것은 큰 실수”라며 “공공의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수신료를 지불한 시청자들을 더 질리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의 싱크탱크 ‘보우그룹’의 이사장 벤 헤리스 퀴니는 “BBC가 좌파에 관한 불만에 대해서는 별도 창구를 만드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공영방송이 공정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