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수급 불안에 입장 변화… 도입팀장 “가능한 대안 모두 고려” “수출제한땐 대외 신뢰도 하락… 백신 수입 불발 보복 당할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수급난과 관련해 방역당국이 국내 생산 백신의 수출 제한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급 차질에 대비한 여러 대안 중 한 가지라는 설명이지만 최근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던 것과 다른 내용이어서 실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6일 브리핑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냐는 질의에 “조기에 백신이 적절하게 도입되게 하기 위해 가능한 대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답변 후 다시 이어진 같은 질문에도 “국제적 수급 상황, 해외 동향 등을 고려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팀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명백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담당자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기조 변화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공장을 통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 중이다. 정확한 생산량 및 수출량은 계약상 기밀사항이다. 백신이 생산되면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계약한 국가에 물량이 배송된다. 한국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의 백신 확보가 늦은 가운데 해외에서도 물량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일각에선 국내 생산 백신의 수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날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었다. 2월 26일 접종 개시 후 40일 만이다. 방역당국은 “가지고 있는 백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2차 접종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