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펀훙은 맹목적 애국주의를 분출하는 공격적 성향의 중국 청년 인터넷 부대다. ‘작은 분홍색’이란 뜻으로, 2003년 극단적 애국주의에 심취한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가 분홍색이었던 것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20, 30대 고학력 남성이 주축으로, 아이돌을 숭배하듯 국가를 사랑해 ‘팬덤 민족주의자’로도 불린다.
▷머릿속에 물을 붓듯 세뇌시키는 관수법(灌水法)이라는 게 있다. 마르크스주의의 중요한 원리로 중국 관수이론의 창시자는 마오쩌둥(毛澤東) 초대 국가주석이다. 중화민족이 세계 중심에 선다는 중국몽(夢)을 가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 관수법을 계승해 샤오펀훙을 교육시켰다. 문자, 언어, 이미지 관수가 다 사용됐다(김인희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21세기 시진핑 키즈’인 샤오펀훙에게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너희를 믿는다”며 독려하는 중국 정부다.
▷어제 SBS는 노골적으로 중국풍 소품을 사용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방영 2회 만에 폐지했다. 폐지 전, 샤오펀훙은 “당시 한국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물 만난 고기처럼 장면들을 인터넷에 퍼 날랐다. 중국은 20년 전부터 한국 고대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고 최근엔 한복도, 김치도 자기네 문화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요즘 부쩍 공산당 역사학습을 강조한다. 내부 결속의 의도겠지만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샤오펀훙의 타국 증오를 중국 당국은 방관하고 있다. 샤오펀훙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할 ‘미래의 홍위병’이 연상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