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美·호주 연구팀 논문 게재
1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인간 세포를 이용해 배반포 조직을 만든 미국과 호주 연구팀의 논문을 동시에 공개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면 세포 분열을 일으켜 4, 5일 뒤 100여 개의 세포로 구성된 배반포가 된다. 이는 나중에 혈액, 신경, 뼈 등 몸을 구성하는 22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세포로 발달한다.
우쥔 미국 텍사스대 분자생물학부 교수 팀은 신체의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인간다능성줄기세포(hPSC)’를 덩어리로 만든 뒤 배반포로 키웠다. 호세 폴로 호주 모내시대 발달생물학 및 해부학부 교수 팀은 유전자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세포 기능을 다시 부여하는 ‘재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해 피부세포인 섬유아세포를 배반포로 바꿨다. 두 연구팀이 만든 배반포는 모두 6∼8일 후 인간 배반포와 비슷한 형태와 구성을 갖춘 조직으로 자랐다. 인간 배반포가 자라는 과정에서 보이는 현상도 확인됐다. 우 교수팀의 배반포는 속에 담긴 줄기세포가 착상 전 단계로 분화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폴로 교수팀의 배반포도 인간 배반포처럼 속은 줄기세포로 들어차고 바깥에서 이를 감싸는 영양막세포를 만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인공 배반포를 이용하면 배반포를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어 선천성 질환의 원인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유산을 막고 인공수정의 확률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기존에는 인간의 발달 초기 단계를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인공 배반포를 활용하면 수정이나 착상, 발달 단계 질환을 고치는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구팀이 세포를 이용해 배반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비율은 18% 정도로, 아직은 기술이 불완전하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배반포를 자궁에 착상시키면 태아로 발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생명윤리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저자들도 아직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교수는 “실제 인간 배반포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며 “아직 다음 단계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