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섬을 비우는 정책은 오래전 없어졌지만, 유인도는 2006년에 492개에서 현재 466개로 줄었다. 주요 원인은 불편함이다. 학교나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여객선 운항이 안 되거나 횟수가 부족해 생활하기 어렵다. 작은 섬에는 식료품 공급조차 쉽지 않다. 어업에 종사하면서 작은 섬을 지키던 사람들, 선박 피항지, 물 공급처가 되던 섬의 역할이 축소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연평도에 10개월 상주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할 때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설, 추석을 앞두고 노인들이 섬을 줄줄이 빠져나갔다. 면사무소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연례행사처럼 항구에 모여 커피를 나눠주며 환송 인사를 했다. 비싼 여객선 비용으로 자녀가 입도하는 것보다는 노인들이 육지로 가는 것이 경제적이고, 기상 악화로 자녀들이 출근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부모의 마음이 만든 신풍속이다. 섬살이의 불편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유인도와 달리 무인도는 방목하던 흑염소가 야생화돼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늘고 있다. 연평도 주민 몇몇은 봄에 잠깐 채취할 수 있는 해초인 세모가사리를 얻기 위해 구지도로 향했다. 한때 군 포격장으로 사용돼 섬 한가운데가 움푹 파여 한라산 백록담을 연상시키는 무인도다. 구지도에 가볼 유일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어선에 동승한 적이 있다. 섬 곳곳을 살피다가 10여 마리의 흑염소 떼와 마주쳤다. 작은 섬에 풀이 부족해 번식해도 새끼는 대부분 죽고 어미들만 살아남아서 매년 일정한 수를 유지한단다. 연평도의 또 다른 부속 섬인 당섬과 안목, 모이도 역시 흑염소가 차지하고 있다. 썰물에 세 개의 섬이 연결되는 틈을 타서 이 섬 저 섬을 옮겨 다니며 주인 행세를 한다. 섬에 풀이 돋아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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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