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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영]‘아재백신’ 미스터리

입력 | 2021-03-12 03:00:00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고 있는 의료진이 소셜미디어에 생생한 접종 후기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경우 젊을수록 독감에 된통 걸린 듯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고령층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어 AZ백신은 ‘아재백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몇몇 전문가는 백신 개발 방식에서 원인을 찾는다. AZ는 침팬지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어 만든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아데노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도 많아 백신의 효과는 떨어지는 대신에 부작용은 덜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얀센과 러시아 스푸트니크V가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이고,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는 RNA 백신이다.

▷예방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몸 안에 항체를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로 그만큼 백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면역 작용이 활발한 젊은층일수록 면역 반응도 세기 때문에 발열이나 근육통 같은 이상반응을 강하게 겪는 것”이라고 했다. 면역력이 너무 강해서 탈이 날 때도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이 대표적이다.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돼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숙주까지 공격하는 현상이다.

▷해외에서는 젊은층이 AZ를 맞는 사례가 드물어 ‘아재백신’ 현상이 보고된 바는 없다. 모든 백신의 부작용은 나이보다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예방접종자 1370만 명을 분석한 결과 61%가 여성인데 부작용을 호소한 이들 중 여성 비율은 79%나 됐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인 66명 중 63명이 여성이었다. 연구진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더 많은 항체를 생산하도록 돕고 △면역 유전자가 대부분 X염색체에 있으며 △여성이 적은 백신으로도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접종 용량은 남녀가 같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1일까지 국내 코로나 예방접종자는 50만 명이고, 이상반응 신고율은 AZ가 1.4%, 화이자 0.4%다. AZ는 2차 접종 때 부작용이 덜하고, 화이자는 2차 때 더 아프다고 한다. 의료진 접종만으로도 일부 병원에서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로 응급실이 북적였다. 의료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기 전에 부작용 사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작용 단계별 대처요령을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 그래야 응급실 마비와 접종 기피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접종 후기들의 결론은 “그래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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