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진문화원, 초등생과 동네탐방 시장-골목-재개발지역 등 누비며 지도-사진-글로 정리해 현장 기록 부천문화재단, 글쓰기강좌 개최… 중학생이 ‘생활 속 수필집’ 만들어
인천 동구의 2개 초등학교 학생 11명이 골목, 언덕, 재래시장 등 동네 곳곳을 탐방하고 있다. 인천과 경기 부천에서 학생들의 도시 탐방을 바탕으로 여러 형식의 책자가 연이어 발간됐다. 화도진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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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도시와 일상 탐사를 통해 자신들의 시선으로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을 남기고 있다.
인천 동구에서는 2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2∼3개월간 전통시장, 골목, 고갯길, 공원, 헌책방거리, 재개발 현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지도, 사진, 글로 정리한 동네탐방책을 잇달아 펴냈다. 부천에서는 내동중, 석천중, 부일중 등 3개 중학교 2, 3학년생이 가족, 친구, 학교생활, 인생 진로 등과 관련한 일상 속에서의 느낌을 ‘청소년 감정사전’이란 책으로 엮었다.
근대건축물이 즐비한 인천 동구는 도심 쇠퇴로 인해 주민 수가 줄고 있다. 지역 8개 초등학교 중 서흥초, 송림초에 다니는 6학년생 11명이 화도진문화원의 도움으로 첫 동네탐방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던 지난해 2학기 때 ‘집콕 신세’에서 벗어나 뜻깊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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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흔적은 ‘우리가 쓰는 동네탐방기’(저자 송림초 학생 6명), ‘살금살금 송림산책’(저자 서흥초 학생 5명)이라는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송림초 학생들은 학교와 가까운 경인전철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추억의 옛 영화를 상영하는 미림극장,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배다리 등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이런 탐방 현장을 6부로 나눠 소개했다. 학생들은 책 말미에 “의외로 숨겨진, 은밀한(?) 명소가 많다. 헌책방거리 쪽은 지금 모습 그대로 남겼으면 좋겠고, 우리 학교는 리모델링했으면 좋겠다”고 총평했다.
서흥초 학생들이 펴낸 책에는 길, 풍경, 야옹아(고양이), 짹짹(새) 등을 주제로 한 글, 사진을 짜임새 있게 편집해 놓았다. 이들이 다녀간 길을 4개 블록으로 나눈 탐방 지도도 그려놓았다. 현대시장을 찾았던 한 학생은 현장 사진 옆에 “현대시장을 갔는데, 골목이 너무 많았다. 골목에는 집도 나무도 있다. 시장 옆에 살면 좋겠다. 바로 옆에 쌀 옷 고기 떡볶이 상점이 있으니까”라는 글을 남겼다.
부천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시민의 삶과 강점을 담은 수필집인 ‘도시다감―청소년 감정사전’을 매년 펴내고 있다. 그간 유치원∼초등생을 중심으로 매년 117∼156명이 2권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중학교 2, 3학년 233명이 6개월간 온·오프라인에서 글쓰기 강좌를 들은 뒤 여러 차례 기획회의를 거쳐 생활 속 감정을 추출했다.
추출된 글감의 감정들은 ‘간절하다’ ‘감사하다’ ‘고통스럽다’ ‘궁금하다’ ‘낯간지럽다’ ‘느긋하다’ ‘끔찍하다’ ‘사랑스럽다’ ‘신선하다’ ‘짠하다’ ‘한심하다’ ‘활기차다’ ‘후회스럽다’ ‘힘들다’ 등 122가지였다. 시민작가 233명은 이런 감정들을 소재로 각자 글을 써서 287쪽의 감정사전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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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도시의 현재 모습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내년엔 고교생과 대학생들의 감정수필을 모아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