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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런드 법무 지명자 “난 美 국민의 변호사…대통령 변호사 아니다”

입력 | 2021-02-23 16:03:00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낙점된 메릭 갤런드 지명자가 22일(현지 시간)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수사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변호사가 아니다”며 권력의 압박이나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법무부 수장으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갤런드 지명자는 이날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나는 국민의 변호사가 아닌 다른 것으로 나 자신을 여기지 않겠다”며 “나는 대통령의 변호사가 아니라 미국의 변호사”라고 강조했다. “그 누구에 의한 당파적이거나 정치적인 수사를 막기 위해 내가 가진 힘 안에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를 정치화하려는 요구에 저항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사실관계와 법에 기반해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 외에는 그 어떤 종류의 압박에도 상당히 면역력이 생겨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도 “법무부가 당파적인 의견충돌의 센터가 아니라 당파성 없이 법 집행과 형사 정책을 하던 원래의 곳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했다. “분열의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하는 일임을 사람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갤런드 지명자는 법무장관 특보와 법무부 차관보, 변호사 및 판사를 거친 법률 전문가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했으나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던 공화당이 “임기 마지막 해에 대통령이 종신직 대법관을 지명하면 안 된다”며 293일간 버티다가 끝내 인준을 불발시켰던 인물. 중도파 현실론자로 평가받는 그는 이제 바이든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으로 화려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가 법무장관이 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세금 및 돈세탁 관련 의혹 수사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시아 간 내통 의혹에 관한 수사를 양쪽에 쥐게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민감하게 생각하는 수사로, 어느 쪽이든 편향된 수사라고 공격당하기 쉬운 시험대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법무장관은 검찰총장 역할을 겸하며 연방검찰의 수사를 총지휘한다.

갤런드 지명자는 헌터 바이든 수사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수사 및 기소와 관련된 결정은 법무부에 맡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벌어지게 된 배경을 조사하는 음모론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내용을 좀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원칙적 답변을 내놨다. 법무부는 지난달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사태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퇴임 후 재기를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갤런드 지명자가 이날 법무부의 중립성을 특히 강조한 것에는 전임자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수사 협조를 거부했고, 대선 후에는 부정선거 의혹조사를 거부해 “법무부를 정치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충복’ 등으로 불린 그는 검사들을 포함한 전직 법무부 직원 1000여 명으로부터 공개 사임 압박에 시달렸다.

갤런드 지명자는 ‘왜 법무장관이 되려 하느냐’는 질문에 “조부모가 (러시아에서) 반유대주의와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왔고, 그런 가족을 미국이 받아준 것에 보답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고 답변했다. “이것(법무장관직)이 그 보답을 위해 내가 가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감정이 울컥 북받치는 듯 목이 메이기도 했다.

청문회가 끝나자 테드 리우 의원(민주당)은 트위터에 “갈란드 지명자가 법무장관의 역할을 이해해줘서 고맙다. 전임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이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당의 밥 케이시 상원의원은 “갈런드와 그의 팀은 미국인의 변호사가 되어 법무부의 진실성을 회복시킬 것”이라며 인준을 공언했다. 상원은 이르면 다음주 초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진행할 예정. 린지 그레이엄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도 인준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인준안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