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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터는 왜 이 공격수보다 저 공격수를 더 선호할까 [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1-02-18 10:22:00


GS칼텍스 주전 세터 안혜진.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GS칼텍스가 러츠(27·미국) - 이소영(27) - 강소휘(24) 삼각편대를 앞세워 한국도로공사에 완승을 거뒀습니다.

GS칼텍스는 17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방문 경기에서 안방 팀 한국도로공사를 3-0(26-24, 25-14, 25-17)로 물리쳤습니다.



이 경기에서 GS칼텍스 세터 안혜진(23)은 세트(토스)를 총 79개 시도했는데 러츠에게 33개(41.8%), 이소영에게 19개(24.1%), 강소희에게 13개(16.5%)를 띄웠습니다.

이날까지 안혜진은 세트를 총 2367개 기록했으며 세 선수에게 분배한 비율은 △러츠 40.3%(954개) △이소영 23.2%(549개) △강소휘 17.8%(421개)였습니다.

이 순서는 세 선수가 안혜진의 세트를 받아 스파이크를 때렸을 때 기록한 공격 효율 순서와도 일치합니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이제부터 나오는 공격 효율은 주전 세터 세트를 연결했을 때 남긴 기록입니다.

다른 팀 주전 세터(팀 내 세트 시도 1위)는 어땠을까요?




IBK기업은행 조송화(28) 역시 안혜진과 같은 패턴으로 공을 띄웠습니다.

날개 공격수 세 명 라자레바(24·러시아) - 표승주(29) - 김주향(22) 순서로 공격 점유율이 높았고 공격 효율 역시 같은 순서였습니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점유율 3위까지 잘라서 그래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조송화는 육서영(20·레프트·10.4%), 김희진(30·센터·10.2%)에 이르기까지 총 다섯 명에게 최소 10%가 넘는 세트를 배분했습니다.

이번 시즌에 이런 기록을 남긴(남겨야만 했던?) 주전 세터는 조송화 한 명뿐입니다.



계속해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를 한 묶음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두 팀 주전 세터 이고은(26)과 염혜선(30) 역시 일단 공격 효율이 가장 좋은 외국인 라이트에게 공을 가장 많이 띄웠습니다. 단, 두 팀에서는 세 번째로 공격 기회를 많이 받은 센터가 공격 효율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센터는 날개 공격수보다 공격 시도는 적고, 공격 효율은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선택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센터는 공격 시도가 적기 때문에 공격 효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고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대건설은 재미있는 팀입니다. 김다인(23)은 전체 세트 시도 가운데 19.3%를 센터 양효진(32)에게 띄웠습니다. 날개 공격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숫자입니다. 양효진은 김다인의 세트를 받아 공격 효율 0.341로 연결했습니다.

센터와 날개 공격수를 오가며 활약한 정지윤(20)도 김다인의 세트 가운데 19.6%를 받아 공격 효율 0.281을 기록했습니다. 양효진이 워낙 대단한 기록을 남겨서 그렇지 공격 효율 0.281 역시 시즌 전체 기록으로 따졌을 때 현재 7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그리고 가장 예외적인 팀 흥국생명이 있습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은 이다영(25)의 세트 가운데 31.8%를 받아 공격 효율 0.380을 남겼습니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18명 가운데 가장 높은 공격 효율을 남긴 선수가 김연경입니다.

그러나 이다영은 김연경보다 쌍둥이 언니 이재영(25)에게 공을 더 많이 띄웠습니다. 자기 세트를 받은 이재영이 김연경과 비교할 때 4분의 3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격 효율(0.292)을 기록하는 데 그쳤는데도 그랬습니다.

날개 공격수 점유율과 효율이 이렇게 엇갈린 팀은 여자부 6개 팀 가운데 흥국생명이 유일했습니다.

뉴스1. 유튜브 캡처



이렇게 예외적인 기록을 남긴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흥국생명이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없이 계속 코트로 나서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다영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에 합류한 뒤 “사람들이 그래도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하는데 열 필요도 없다”면서 자신만만해했습니다. 심지어 김연경이 팀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전인데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다영은 계속 뚜껑을 열어볼 기회조차 잃고 말았습니다. 과연 이번 시즌 맨 마지막 뚜껑을 열었을 때 흥국생명을 기다리고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요?

흥국생명은 19일 안방 구장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역시 주전 세터가 남은 경기를 소화할 수 없게 된 KGC인삼공사와 만나 이번 시즌 25번째 뚜껑을 엽니다.

위에서 확인하신 그래프를 팀 순위 역순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