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간 세계/아사다 지로 지음·이선희 옮김/432쪽·1만6000원·부키
다케와키는 어느새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 고층빌딩 안 고급 레스토랑에 와 있다. 취향에 꼭 맞는 음식을 먹으며 그는 자신의 월급쟁이 인생을 반추한다. 1951년 태어나 고도 경제성장기에 자랐고 입사 후에는 꿈이나 취미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일만 했다. 밤에는 녹초가 돼 지쳐 기절한 듯 잠들고, 아침에는 벌떡 일어나 직장으로 향한 지 44년. 그런데 직장에서의 정년퇴직이 ‘인생 정년퇴직’이라니. 아직은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마담 네즈는 “당신은 참 열심히 살았어요”라며 위로한다.
이후로도 여행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는 죽마고우를 만나거나, 젊어진 육체를 얻어 한여름 바닷가에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부모에게 버려져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들의 죽음을 놓고 아내와 서로를 탓하며 타인보다 못한 타인으로 지낸 때를 기억하고는 자신을 꾸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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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