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종 23언더… 17세때 역대 최연소 투어 합격 추억의 코스서 이번엔 승리 거둬… 3홀 남겨놓고 1타 뒤진 2위 밀려 앨커트래즈 별명 17번홀 승기잡아 작년엔 컷 탈락만 8번 수모 겪어… “이젠 자신감 늘 것 같아 행복해”
우승 예감한 17번홀 김시우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퀸타 미국프로골프(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종 4라운드 17번홀(파3)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하는 순간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김시우는 이 버디에 힘입어 단독 선두로 오른 뒤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PGA투어 통산 3승째를 거둔 김시우는 최경주(51·8승)에 이어 한국 선수 PGA투어 통산 최다 우승 횟수 2위가 됐다. 라퀸타=AP 뉴시스
1타 차 2위로 밀려난 김시우(26·CJ대한통운)에게는 3홀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16번홀(파5)부터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선두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에게 한 타 뒤져 버디가 꼭 필요했던 김시우는 266야드를 남기고 5번 우드로 투온을 시도했다. 그린 주변 6m 높이의 위협적인 벙커를 피해 공은 핀 16m 지점에 안착했다. 이글 퍼팅은 놓쳤지만 1.2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공동 선두가 된 김시우는 섬처럼 물로 둘러싸인 17번홀(파3·146야드)에서 피칭웨지를 뽑았다. 아일랜드 그린에 벙커까지 있어 최악의 감옥으로 유명한 ‘앨커트래즈’라는 별명이 붙은 이 홀에서 티샷을 홀 5.5m 지점에 떨어뜨렸다. 퍼터를 떠난 공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가더니 홀컵 안으로 사라졌다. 김시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자신을 흔들었던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해 승리를 예감한 순간이었다.
3년 8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3승을 달성한 김시우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 뉴시스
PGA투어 통산 3승째를 거둔 김시우는 ‘맏형’ 최경주(51·8승)에 이어 한국 선수 PGA투어 다승 2위가 됐다. 우승 상금은 120만6000달러(약 13억3000만 원). 통산 상금은 1300만9789달러(약 143억7500만 원)로 늘렸다. 또 2023년까지 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4월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출전권도 따냈다. 김시우는 “자신감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아 매우 행복하다”며 “나를 믿고 침착하게 플레이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는 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불운을 떨치고 우승을 차지한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는 김시우가 2012년 12월 역대 최연소(17세 5개월)로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곳이다. 당시 신성고 2학년이던 김시우는 마지막으로 치러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20위(18언더파)로 통과해 꿈의 무대를 향한 문을 열었다. 이번 대회 장소는 김시우가 우승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를 설계한 고(故) 피트 다이가 설계한 명문 코스로 지난해 한국인인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이 인수해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시우는 “17세에 이 코스에서 Q스쿨을 통과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기억이 있다”며 “항상 이 코스에 오면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다. 이번 주에도 그때 기억을 살려서 조금 더 편안하게 플레이하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김시우의 세계랭킹은 종전 96위에서 48위로 뛰어올랐다. ‘톱50’ 진입은 2018년 8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안병훈(30)이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8위에 올랐고, 임성재(23)도 공동 12위(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