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어제 서울고등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실질적 상징적 리더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은 다시 총수 부재 위기를 맞게 됐다.
재판부는 중요한 쟁점이었던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형 산정 요소에서 제외했다. 삼성에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한 것은 재판부다. 양형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면 왜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 남는다.
2017년 약 1년간 수감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또 약 1년 반 동안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은 분초를 다툰다. 더구나 인수합병(M&A)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핵심 정보 교환은 오너급 최고경영자(CEO)들끼리의 접촉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총수 부재는 큰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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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가총액 4분의 1, 국내 법인세수 16%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 기업 총수가 두 번씩 구속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국 기업의 이미지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권이 작년 말 통과시킨 기업규제 3법의 후폭풍도 조만간 밀어닥칠 것이다. 삼성은 총수 부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