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기에 다시 태어나는 소설들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등… 드라마 애청자가 원작도 구매 묻혀 있던 작품성 뛰어난 소설, 넷플릭스 계기 베스트셀러로 “과거엔 책이 인기 끌어 영상화 이젠 영상의 힘으로 책 출판 돼”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인기에 힘입어 출간된 프리퀄 소설 ‘기묘한 이야기: 최초의 의심’은 영미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뒤 국내에 출판됐다.
하지순 나무옆의자 편집주간은 지난달 24일 소설 ‘기묘한 이야기: 최초의 의심’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소설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한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2019년 2월 출간된 영문 소설은 198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드라마와 시대 배경 및 세부 내용이 다르다. 그런데도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꼽힐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하 편집주간은 “드라마 팬이라면 충분히 소설의 독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번역 출판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출간될 소설까지 포함해 기묘한 이야기와 관련한 3개 작품의 판권을 계약한 상태”라고 했다.
정세랑 작가가 쓴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은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진 뒤 베스트셀러가 됐다. 넷플릭스, 각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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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인기가 높다보니 원작 소설의 판권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고아 소녀가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이 지난해 10월 공개 직후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자 복수 업체들의 경쟁이 붙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대형 출판사까지 뛰어들 정도로 경쟁이 심했다”고 전했다. 판권을 확보한 출판사는 정해졌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작품화를 계기로 인기를 이어가는 국내 소설도 있다.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은 넷플릭스 드라마가 공개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리커버 특별판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자 OTT를 구독하고 번역할 작품을 찾는 것이 출판계 관계자들의 일상이 될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에놀라 홈즈’의 원작 소설을 펴낸 김요안 북레시피 대표는 “과거엔 책이 인기를 끌어 영상화가 됐다면 이젠 영상이 인기를 끌면 책이 출판된다”며 “영화, 드라마 관련 작품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것이 요즘 현실”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