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본 주요 기업 경영 키워드
“지금까지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지난해) 우리 핵심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이 4일 내놓은 신년 메시지에는 위기감이 여실히 묻어났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은 유통, 항공업계 메시지에는 절박함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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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의 파도, 미래 성장동력 찾기 숙제
현대차는 올해를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2021년 새로운 시대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친환경, 미래 기술, 사업 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SK, LG, 한화, GS 등도 ‘고객’ ‘ESG’ ‘지속 가능 경영’ 등 경영 키워드를 담은 신년사를 내놨다. 기업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매출 및 영업이익 등 단순한 경영 실적을 넘어 환경, 사회적 가치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는 맥락을 같이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 팬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기존 핵심 사업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며 GS가 보유한 유·무형 역량을 외부와 협력해 사업을 개선하고 더 키우는 ‘빅 투 비거(Big to bigger)’를 추진해야 한다. 고객의 변화와 필요에서 모든 사업이 시작된다는 고객 중심 사고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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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는 “KT는 보통의 대기업과 달리 국가와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앞장서야 하는 기업이다. 고객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출발점이고 기준으로 고객 중심 사고가 경영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직격탄 유통, 항공업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 항공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쓴소리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연기됐던 사업들을 꺼내 반복해서는 성공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미흡한 결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개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체질 개선 과정에서 뼈를 깎는 고통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우리 고객은 영구적으로 변했고 다시는 과거(코로나19 이전)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단순히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대담한 사고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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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의 권오갑 회장은 “늦어도 올 상반기 내에는 모든 게 마무리될 것이다. 한국 조선산업 재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시너지 창출 등 해야 할 일이 많은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서동일 dong@donga.com·황태호·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