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소감
고되게 버티는 아이들에 대한 먹먹함임형섭 씨
그런데 아이들의 시나리오를 통해 어른들 때문에 생긴 이런저런 일로 자기보다 큰 바윗덩어리들을 껴안고 지낸다는 사실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밝고 쾌활해 보이는 아이들이 실은 하루하루를 고되게 버티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이 터졌습니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그 사건은 별다른 사회적 성찰도 없이 소년법 개정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갈수록 잔인해지고 흉악해지는 청소년 범죄가 실은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는 생각에 ‘소년범’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광고 로드중
△1982년 서울 출생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조난자들’ 조감독
● 심사평
상처받은 아이들 내면에 들어가서 쓴듯주필호 씨(왼쪽)와 이정향 씨.
당선작을 내는 데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두 심사위원의 선택이 같았기에 이견이나 재고 같은 단어가 나설 일이 없었다. 하지만 별로 뿌듯하진 않았다. 당선작과 2등의 간격이 너무 넓어서다. 결선에 오른 작품들이 심사위원을 괴롭힌다면 그건 우열을 가리기 힘들거나, 당선작이 못 된 작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때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올해에 맛본 괴로움은 다르다. 열 편의 결선 작품을 읽어나가며 당선작을 못 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다행히 ‘소년범’을 만났다. 날것의 생생한 대사와, 마지막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구성이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심리가 돋보였다.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봤다기보다 그들의 내면에 들어가서 쓴 듯했다.
광고 로드중
시나리오는 영화화가 목표다. 그러지 못한 시나리오는 완성품이 아니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머릿속에 스크린을 펼치고 영사기를 돌려야 한다. 그렇게 쓴 글이 실제로도 극장에 걸린다.
이정향 영화감독,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