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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배민 인수 위해 요기요 팔겠다”… 공정위 결정 받아들여

입력 | 2020-12-29 03:00:00

공정위, 배달앱 시장 독점 판단
요기요 지분 100% 매각 요구
DH측 “유감이지만 결정 존중”
요기요 몸값 2조원 안팎 추정… 매수자 찾기 쉽지 않을것 전망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자회사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공정위 입장에 반발해 온 DH는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가 매물로 나오게 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29일 공정위는 DH가 요기요 지분 100%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민 인수를 승인한다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요기요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6개월 내에 매각하도록 했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기간 연장을 허용해줄 방침이다. DH는 지난해 12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8%를 40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에 취득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DH가 배민과 요기요를 모두 가질 경우 배달앱 시장이 사실상 독점 체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에서 DH와 배민의 거래금액 비중은 2019년 한 해 99.2%, 올해 7월에는 96.6%에 이른다. DH 측은 최근 ‘쿠팡이츠’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경쟁이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배민이 4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시도했던 것도 심사에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

DH는 수용 의사를 밝혔다. DH 측은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 인수합병(M&A)을 위해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요기요)를 매각해야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DH는 지난달 공정위의 조건부 매각 권고가 나왔을 때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한국 시장 1위인 배민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요기요를 매각하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1위 사업자의 승자독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DH가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18%의 요기요가 매물로 나오게 되면서 유통업계와 플랫폼, 투자업계 등의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요기요의 몸값을 2조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업계 후발주자인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DH가 배민을 위협할 경쟁 업체에 요기요를 팔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간편주문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버, 카카오톡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주문하기’ 서비스를 보유한 카카오 등 대형 IT 플랫폼 사업자들도 후보로 꼽힌다. 해당 기업들은 “현재는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매수자를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유통대기업은 자영업자들과 수수료를 놓고 갈등이 예상돼 나서지 않을 것이다. 사모펀드도 엑시트(자금 회수)를 시도할 상대가 역설적으로 배민밖에 없어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M&A를 어렵게 해 스타트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플랫폼 사업자가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점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