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필터 제조 ‘프라나랩’ 강시철 대표
강시철 프라나랩 대표가 11일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회사가 생산한 마스크 MB필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프라나랩 제공
코로나19의 특수를 제대로 누리는 이 업체는 ‘프라나랩’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멜트 블론(Melt Blown·MB) 필터로, 마스크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마스크는 ‘안감-필터-겉감’ 등 3겹으로 구성된다.
프라나랩은 마스크를 만드는 대신 필터만 생산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규모 투자도 받기로 했다. 공장에서 만난 강시철 프라나랩 대표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주문하는 MB필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기계를 증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필터 주문이 늘어나는 이유는….
“(코로나19 초기 유행을 막았던) K방역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한국산 마스크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올라갔다. 국가 이미지가 개별 상품에 신뢰를 준 것이다. 해외에서 한국 제조업체에 마스크를 주문할 때 꼭 한국에서 생산한 필터를 사용해 달라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
―공장 생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한 달에 50t(대형 마스크 기준 약 1500만 장 분량)을 만들고 있다. 기계 5대를 쉴 새 없이 돌리는데도 주문을 따라가지 못한다. 생산량의 70%는 이미 장기 계약 상태로 팔리고 있다. 거래처도 10여 곳에서 50여 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해외로 수출하는 국내 마스크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생산량을 늘릴 계획인가.
광고 로드중
―다른 업체들도 필터를 생산하고 있는데….
“통상 마스크 공장들은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나랩은 마스크 제작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고 필터만 만든다. 마스크와 필터를 같이 생산하는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전문성이 있는 것이다. 품질 높은 필터를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마스크 수출 기업들 입장에선 우리 회사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
―필터 품질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KF99 등급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자체적으로 평가한) 성적서도 갖고 있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가 우리 회사 필터를 사용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제품 품질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게 될 것이다.”
광고 로드중
―신생 기업인데 기술력은 어떻게 확보했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연구개발(R&D)을 엄청 많이 했다. 사업 준비는 국내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올 2월부터 했다. 기술 확보를 위해 전 세계의 최고 기술자들을 국내로 초빙해 5개월가량 배웠다. 많은 연구를 통해 노하우를 쌓았고, 기술에 확신이 생겼다.”
―필터 생산에 뛰어든 이유는….
“코로나19 면역 체계가 완성되기까지 마스크를 쓰는 세상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사실 올해 초 마스크 제조 공장은 많이 생겼지만 필터 생산 공장들은 많지 않았다. 사업성을 본 것이다. 아울러 필터 생산은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돈만 있다고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기술적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사업이다. 올 7월부터 벤처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MB필터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기업에 부설연구소도 만들 예정이다. 비말(침방울)을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비말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필터를 만드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화성=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