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 정보 北유입 막아 전문가 “과잉입법”… 美도 비판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전’ 반발 여전… 여권도 “경찰 제대로 준비할지 걱정” 필리버스터 막판까지 與 발언하자 주호영 “이런게 어딨나” 강력 항의
○ 재계, 노동계도 동시에 불만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최근 민주당이 주최한 경제 3법 공청회에 참석했던 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계 관계자들을 대거 불러 앉혀놨지만 결국 의견 청취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며 “이미 답은 다 정해놓고 듣는 시늉만 한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도 “최소한의 예의만 차린 채 ‘어디 한 번 떠들어봐’라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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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노조 3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 반발을 무시한 채 민주당이 강행한 법안인데도 예상과 달리 노동계의 불만이 이어져 도리어 노사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노총은 “경영계 요구만 수용한 청부입법”이라며 “개악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을 되돌리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 남북관계도 입법 폭주
이날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두고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대북 정보 유입 자체를 막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이번 개정안은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USB메모리 전달 등 대북 정보 유입을 막는 ‘대북정보유입 금지법’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명분으로 정보 유입까지 차단한 것은 과잉 입법”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와 의회, 인권단체들마저 일제히 “어리석은 입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신발 벗은 채… 10시간 연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구두를 벗은 채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오후 8시 49분 토론을 시작한 태 의원은 14일 오전 6시 52분까지 약 10시간 동안 연설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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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필리버스터도 강제 종결
14일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 직전까지 발언을 이어가자 국민의힘은 “마지막 토론을 여당이 하는 게 어딨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여야가 토론 시간을 30분 주기로 합의하면서 주 원내대표는 겨우 발언 기회를 얻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180석 힘으로 무슨 법이든 통과시키니 속이 시원하느냐”며 “광화문에 나왔던 촛불 국민들이 여러분 이렇게 하라고 했냐”고 비판했다. 이어 “법조인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현실에 분노를 느낀다”며 “문 대통령은 마피아 정치인이자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를 만들어 (권력을) 지킬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시간과 민심을 이기는 장사 없다”고도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유성열·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