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예측 무시한 ‘정치공항’ 폐해… “신공항, 경제성-활용방안 나와야”
19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15개 공항 중 10곳은 2016년 이후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흑자 내는 공항은 인천공항과 서울 김포공항, 부산 김해공항, 제주 제주공항뿐이다.
이 중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가장 큰 누적 적자를 기록한 공항은 무안공항(618억 원)이다. 무안공항의 지난해 활주로 이용률은 4.7%에 그친다. 2016년 이후 적자 572억 원을 낸 양양공항은 지난해 활주로 이용률이 1%에 그쳤다. 연간 4만3000번 비행기가 뜰 수 있는 활주로를 지어놓고 한 해 동안 435번 뜨는 데 그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도 예타 면제 사업으로 포함시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지어진다면 연간 수용 능력은 3800만 명으로 다른 지역 공항의 대략 5∼10배 규모에 이른다. 공사비도 7조∼10조 원으로 인천공항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도의 국토에 공항 15곳은 이미 많은 데다 고속철도로 상당 부분 대체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5년마다 발표하는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는 인천공항이 우리나라의 중추 공항으로 허브공항 역할을 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김해공항은 거점 공항으로 지정되어 있다. 부산, 울산 등 경남지역 지자체가 주로 사용하는 ‘관문 공항’이라는 단어는 없다. 정부의 중장기 계획과 무관하게 관문 공항이 등장하면 역량이 분산돼 기존 공항 체계가 무너지고 국제적인 ‘항공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성과 활용 방안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