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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치료 효과 의문… 법무부, 할 일은 안하고 윤석열만 조져”[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입력 | 2020-11-17 03:00:00

피해 아동 주치의 신의진 교수




조두순 때문에 정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할 정도였는데 정작 피해자 측에는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신의진 교수는 “10여 년이 지났는데 정부는 뭘 하고 또 국민 성금으로 이사 비용을 마련했다는 게 참담하다”며 “그래도 국민의 온정으로 피해자 가족이 이사를 갈 수 있어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모금은 30일까지 진행된다. 국민은행 752601-04-284360(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다음 달 13일 출소하는 조두순(68)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법무부는 조두순이 150시간의 집중심리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했지만 치료 전후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올 5월부터 시작한 6개월 단기인 데다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급조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신의진 교수는 “성인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치료는 나조차도 포기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

“2006년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두 번 이상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정밀 조사한 적이 있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어 이를 성인으로 확대해 보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으니까.” (어떤 벽에….) “인지행동치료를 하려면 가장 먼저 환자가 질문을 이해하고 자기 상태를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게 치료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양 맞추기 같은 비언어성(동작성) 아이큐는 거의 정상인데 언어성 아이큐는 70점이 안 됐다. 질문을 잘 이해하지도, 설명도 못하는 거다.”

―자기 상태를 설명하지 못하면 치료 방향과 방법을 어떻게 잡나.

“그러니까, 성범죄자들은 굉장히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소아성애자도 있고,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범행에 이르는 과정도 성에 대한 통념이 잘못돼서인지, 충동억제가 안 돼서인지 다 다르다. 더욱이 성 변태처럼 요상한 요인들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가 더 어렵다. 이런 걸 아주 정밀하게 체크해야 제대로 된 치료 방향과 방법이 나오는데 말이 안 되니…. 치료를 해도 얼마나 나아진 건지 전후 비교도 안 되고. 그래서 우리끼리 언어치료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신 교수팀이 조사한 아동성범죄자들의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조두순은 초졸이다.

조두순이 받는 특별집중심리치료 과정. 조두순은 2008년 12월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해 영구장애를 입혔다. 사건 발생 1년 후에야 알려졌는데 심신미약으로 12년형에 그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그런 사실을 2006년에야 알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연구를 한 게 우리가 처음이었으니까. 지금도 국내에 성범죄자 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 당시에는 더더욱. 2000년 성범죄 사건 때문에 국회에 갔는데 모 국회의원이 ‘신성한 국회에서 감히 성폭력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느냐’고 소리 칠 정도로 인식도 낮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중에서도 이 분야를 연구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업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그래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관련 연구도 지원하고 이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생각이 없다.”

―당신이 한 연구는 이후 어떻게 됐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의뢰로 한 건데… 사장됐다. 그 연구는 이후에 없어진 것 같다. 14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면 지금쯤은 괜찮은 대책이 나올 수 있었을 거다. 관련 연구도 적은데 그나마도 활용을 안 하니…. 깜깜이 정책이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닌가. 캐나다가 이런 분야의 연구가 잘돼 있는데….” (캐나다에 성범죄가 많나?) “그건 아니고 성범죄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이 분야 연구를 많이 하도록 펀드가 발달돼 있다. 이런 게 진짜 공공의료다. 이런 현실에서 조두순에 대한 특별집중치료 프로그램이 있다고? 솔직히 나는 믿지 않는다. 조두순이 어떤 상태인지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안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출소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설마….

“법무부가 공개를 안 하니 누가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치료를 하려면 심리학자가 많이 필요한데 대부분 여자들이다.” (여자가 하면 안 되나.) “가해자가 남자니까. 성적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데 여성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성범죄자들이 여자 치료사에게는 다 털어놓고 말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우리도 남자 치료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 애를 많이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가 효과가 있으려면 본인 의지가 강해야 한다. 조두순이 그럴까?”

―법무부는 이 목차 외에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중요한 건 치료의 질이다. 여기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항목이 있는데… 우리는 성폭행으로 인한 유산 장면을 보여줄 때 의사들이 아이를 가위로 자르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러면 청소년 성범죄자들은 울면서 괴로워한다. 자신들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 몰랐던 거지. 그냥 성범죄 피해자가 나온 영화 하나 보여주고 ‘죄송합니다’ 말 한마디 듣고 넘어가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치료가 아니다. 그냥 성교육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고리를 끊는 것인데… 이 고리를 찾았는지도 의문이다.” (고리가 뭔가.) “어떻게 해서 성범죄까지 이르게 됐는지 그 지점을 찾는 것이다. 범죄자마다 다른데 외로울 때마다 술을 마시다가 성범죄에 이르렀다면 술이 고리다. 술 대신 다른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마시는 시간을 조절해서 성범죄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거다. 성범죄자를 치료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근본적인 노력은 아무것도 안 했다.”

―추미애 장관은 방지책을 세우겠다는데….

“폐쇄회로(CC)TV만 늘리는 게 무슨 대책인가. 사건이 벌어진 게 12년 전이다. 조두순처럼 인지능력이 무지막지하게 떨어져 분석 자체가 안 되는 성범죄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대책이 나와 있어야 했다. 연구가 부족하다면 예산을 투입해 했어야 하고, 인력이 없다면 키웠어야 했다. 법무부가 성범죄 대응 주무부처 아닌가. 만약 제대로 검사했다면 조두순은 심리치료가 안 먹히기 때문에 성충동억제 약물을 써야 하는 걸로 나올지도 모른다. 할 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윤석열(검찰총장)만 조지고 있으니….”

―법무부가 조두순 출소 이후를 대비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나. 당신만큼 피해자 상황을 잘 아는 사람도 없는데….

“없다.” (응?) “나뿐만 아니라 피해자 아버지에게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안산시장도 희한한 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두순 격리법 만들어 달라고 국민청원을 넣을 정도면 피해자 가족에게 괜찮은지, 필요한 게 뭔지 물어보는 게 상식 아닌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피해자 가족이 속상해하는 게 그런 거다. 대책이랍시고 만든 것에 피해자 의견은 빠져 있다고.” (조두순 대책을 세운다면서 피해자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우리 행정이 그렇다. 10여년 전 배변 주머니 때문에 아이가 재수술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수술이 비보험이라 굉장히 비싸 피해자 가족이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지원하게 해달라고 여성가족부에 부탁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 보통 의료비로 300만 원을 지원하는데 특별한 경우에 이사회가 승인하면 더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도 담당 국장이 한사코 안 된다는 거다. 말도 못하게 싸웠다. 하다하다 안 돼서 정부와 실랑이하는 사이에 애가 죽을 것 같아서 국민모금으로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났는데 이사 비용을 또 국민모금으로 했으니….”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에 피해자 주거 지원이 명기돼 있지 않나. 왜 그걸 활용하지 않고….

“피해자 가족이 불안에 떤다고 그렇게 보도가 되고, 숱한 사람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석 달이 채 안 남았는데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는 거다. 행정 절차를 밟으면 과거 수술비 때처럼 속만 터지다가 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로 또 정부와 싸우는 걸 아이가 알면 어떤 심정이겠나. 그래서 나중에 절차를 밟더라도 일단 먼저 이사부터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9월 말부터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를 통해 국민모금을 시작했다. 계속 전셋값이 오르는 것도 걱정이 되고…. 다행히 국민들이 도와줘서 며칠 전 모 경찰서 근처 보안이 잘된 아파트를 가계약할 수 있었다. 근데 한 달 전보다 1억5000만 원이나 올랐더라.” (부동산 정책 탓인가.) “그런 것 같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은 상담, 의료 제공, 취업 관련 지원, 주거지원 및 보호시설의 설치·운영 등에 기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수술 직후 아이는 배변 주머니를 찬 채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그런 아이를 부르고 카메라 조작법도 몰라 네 번이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반복 진술하게 한 검찰. 오죽하면 법원이 국가가 1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을까. 한사코 수술비 지원은 안 된다고 한 여성가족부. 12년간 관심도 없다가 이제와 CCTV와 보호관찰 강화로 넘어가려는 법무부. 그사이 피해자 가족은 국민의 온정으로 수술비와 이사 비용을 마련했다. 나라가 안 도와줘 국민이 나서다니…. 관군(官軍)은 어디가고, 의병(義兵)만 나부끼나.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