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의 미녀’, 中 인권문제 다뤄 ‘꿈꾸는 물’, 감각적 언어 돋보여
올해 23회째를 맞은 김동리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백시종 씨는 수상 소감으로 54년 전 김동리 선생에게 “무엇보다 근성이 있어 좋으니 더 열심히 써봐라”는 격려를 받은 일화를 먼저 언급했다. 백 작가는 “그 말에 힘입어 1967년 등단할 수 있었다”며 “소설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재능도 다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 데 반백 년이 걸렸다. (수상 덕분에) 근성을 강조한 선생의 말씀처럼 등수와 관계없이 생명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꼭 완주하고 말리라는 각오가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 ‘누란의 미녀’는 중국 정부와 대립하며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국제적 관점과 시의성에서 유효하고 작품의 무대와 관련한 담화와 자료의 도입이 작가로서의 성실성을 입증한다. 소설 결말의 전언도 감동적”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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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꿈꾸는 물’은 물에 관련된 서정적인 이미지와 일상의 사물에 대한 시인의 감각적 언어를 담아낸 시집이다. 그는 “과분한 수상 소식에 45년 전 문학청년 시절 박목월 선생께 받아 오래도록 간직해 온 편지를 다시 읽어 봤다. ‘문학은 꾸준한 성의와 노력으로 열어 가는 길’이라고 하신 편지의 그 말씀을 아직도 새기며 시를 쓴다”고 말했다.
권 시인은 “우울한 시대, 소외되고 상처받은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를 쓰겠다. 선생의 청명한 시 세계와 정신을 생각하면서 기교나 화려함보다 은은한 서정이 드러나는 달빛 같은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동리문학상 심사위원은 김지연 김종회 이순원, 목월문학상 심사위원은 유안진 신규호 이하석이 맡았다. 상금은 각각 6000만 원.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오후 6시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