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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방미 두고 적절했다 vs 왜 갔나…엇갈리는 평가

입력 | 2020-11-11 11:14:00

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가진 오찬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0.11.10/뉴스1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 타이밍을 놓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적절성’을 놓고 11일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의 방미가 미국 대선 직후 이뤄진 것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지난 8일 미국을 찾았다. 외교부가 밝힌 방미의 공식 사유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한국 방문을 공식화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자 방한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강 장관을 미국으로 초청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 대선이 3일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강 장관이 대선 직후 미국 내부가 ‘정비’되지 않았을 시점에 미국을 찾는 것을 미리 계획한 것이 적절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번 대선 국면을 감안하면, 대선 직후 미국을 찾아 트럼프 행정부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측과 모두 접점을 찾는 계획을 미리 세운 것이 외교적으로 필요한 행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대선 결과를 알 수 없는 시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으로 이뤄진 외교 행보를 전격 취소한다면 국제적으로는 신뢰 추락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통상적으로 미국 대선의 승자가 2~3일 내에 가려진 점을 감안하면, 강 장관의 방미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는데 행정부 측 인사를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거나 “혼전 상황에서 미국을 찾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는 지적인 그저 결과론적인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강 장관의 출국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고 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반발하는데 이 와중에 현 정부 국무장관을 만난다면 정권을 이양받는 측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며 “처량하고 위험한 외교”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강 장관의 방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한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통상적인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과연 이 같은 비난을 할 자격이 있느냐”라고 지적하며 정쟁 구도가 반영된 평가를 내놨다.

외교부에서는 이미 바이든 측과도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사실상 강 장관의 방미 기간 동안 바이든 측과 접촉할 것임을 시사한 설명이다. 아울러 정치권, 외교가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반박한 셈이기도 하다.

바이든 측과의 채널이 가동되고 있음은 바이든 측의 행보로도 엿볼 수 있다.

바이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프랭크 자누지 미국 맨스필드 재단 대표가 대선 직전에 한국을 찾은 것이 확인된 것이다.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후보가 상원의원일 때 12년 간 보좌관으로 근무한 인사다. 바이든 캠프에서도 외교 정책을 자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누지 대표는 방한 기간 동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며 한국을 찾은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시사했다. 여당 의원과도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측 역시 한국과의 외교적 소통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외교가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강 장관의 방미 자체보다 대북 정책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현 정부의 입장이 섣불리 전달되는, 즉 소통의 ‘속도’에 포커스를 맞춰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공식적으로 확정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을 너무 ‘밀어붙이듯’ 전달하려 하다가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에 대해 “바이든 측의 대북 정책 검토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지켜봐야 한다”라며 “만약 정책 검토 단계에서 ‘압력’을 행사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 즉 부정적 효과(negative effect)가 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사실상의 출발과 동시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런 면에서 주목할만하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일본을 찾아 한일 간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과의 갈등을 겪는 미국이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 측에서 먼저 제스처를 보인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새 행정부와의 외교에 있어 가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