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잘 가요.
가다가 길 잃지 말고
여린 영혼은 조심히 안고
가야 할 곳 잊지 말고
조심해 가요.
(중략)
어느 인연 아래서건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우선 영혼끼리 인사를 나누고
내 숨소리가 편하게 당신께 가는지,
당신의 체온이 긴 다리를 건너
내게 쉽게 오는지도 지켜보아야겠지.
그럼 잘 가요.
가는 여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부디 아무 상처받지 않기를,
모쪼록 돌아가는 당신의 길이
늘 빛나고 정갈하기를……
어려서는 달력을 보며 기쁜 날을 생각했다. 6월에는 현정이 생일이 있구나, 7월에는 진영이 생일이 있구나. 열두 개의 달은 축하할 일로 빛이 났다. 인생도 반짝였다. 그래, 어렸으니까.
마침 마종기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이분은 나를 모르고, 나는 이분을 모른다. 다만 나는 그의 시를 알 뿐이다. 아니까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마종기의 새 시집이 나와서 기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가을이지 않은가. 이 계절만큼 이 시인과 어울리는 때는 없다. 시집을 읽다가 이 시에서 멈추었다. 이 시를 읽는 독자라면, 그리고 박지선이라는 착한 한 사람이 떠난 게 속상한 사람이라면 ‘이별하는 새’ 앞에서 한참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인은 모르고 썼겠지만 우리는 알고 읽는다. 잘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그러나 분명 멋지고 착했을 사람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이 사실이 슬퍼서 시가 슬퍼진다.
많은 사람들은 뒤늦게라도 말하고 싶을 거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을 거다. 그래서 마종기 시인의 시를 읽는다. 시는 늘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그럼 잘 가요.” 좋은 사람, “조심해 잘 가요.”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