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역사의 목격자들/지오바나 델오토 지음·신우열 옮김/784쪽·2만6000원·크레센
언론의 존재 이유에 많은 이가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저자는 세계적 통신사인 AP 특파원 61명을 인터뷰해 기자들이 마주하는 취재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때로는 욕받이가 되면서도 왜 언론은 존재해야 하며, 관찰자의 사명감을 가진 기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1864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이후 AP는 6·25전쟁, 베트남전쟁, 9·11테러, 시리아 내전 등 전 세계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함께해 왔다. 책에는 5·18민주화운동을 취재한 특파원 테리 앤더슨 이야기도 등장한다. 1980년 앤더슨은 광주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참혹한 현장을 9일간 취재했다. 그가 묵던 호텔 방 벽에 총탄이 박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사실을 전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거리에 나가 방치된 시신 수를 셌다. 그날 군부가 발표한 사망자는 3명이었지만 그가 본 시신은 179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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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무용담이 대부분이라 현실 기자의 삶과는 괴리가 있다. 대부분의 기자는 책에 소개된 사례들과 달리 (가끔 살해 협박을 받을 순 있어도) 생명을 걸고 취재하는 경우는 드물며, 데스크(상사)가 특파원 부임 통보를 하면서 “죽으면 네 시체는 찾으러 갈게”라고 말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