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 흑인 주연 영화 ‘소울’ 만든 피트 닥터 감독
12월 25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가운데)가 뉴욕의 거리를 걷고 있다. 제작진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조의 현실세계 뉴욕과, 그가 맨홀에 빠지면서 다다르게 되는 추상의 세계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 간의 극명한 대비에 중점을 뒀다. 디즈니·픽사 제공
디즈니·픽사가 12월 25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인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을 만든 피트 닥터 감독(52)은 6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5년에 걸친 소울의 제작 과정을 ‘치료(Therapy)’에 비유했다. 그는 ‘몬스터 주식회사’,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업’, ‘인사이드 아웃’ 등을 제작했다.
1990년 픽사 애니메이터로 입사한 뒤 올해 1월 디즈니·픽사의 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CCO·Chief Creative Officer) 자리에 오르기까지 쉬지 않고 작업해 온 그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찾아왔다.
‘소울’을 제작한 피트 닥터 감독은 ‘업’과 ‘인사이드 아웃’으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디즈니·픽사 제공
조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흑인이다. 조의 어머니부터 조의 단골 미용실 직원, 재즈클럽의 뮤지션들까지. 그는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재즈가 흑인 음악이라 흑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울 팀은 영화 속 캐릭터에 흑인들의 체형, 머리 스타일, 피부 등의 특성을 제대로 녹이기 위해 회사 내 흑인 직원들, 뉴욕 퀸스 공립학교의 흑인 선생님, 맨해튼 재즈클럽의 흑인 음악가 등을 만났다. 조는 마른 몸에 큰 키, 긴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흑인으로 탄생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은 늘 작고 귀여운 이미지였어요. 제 키가 거의 6.4피트(약 195cm)예요. 키가 큰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 가드너의 모습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하하.”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한 인사이드 아웃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울까지 철학적 메시지를 지닌 영화를 제작해 온 닥터 감독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