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품 거래 앱 ‘당근마켓’에 아기 사진 2장과 8분간 게시 산모, 실제로는 출산 3일 지나 “키우기 어려워… 잘못 알고 삭제” 경찰 수사… 제주도 지원방안 모색 업체, 불법 게시물 못걸러내
16일 오후 6시 36분경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게시글. 36주 된 신생아 사진 2장과 20만 원에 입양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고 비공개 처리했다. 뉴시스
○ 아이 낳고 사흘 만에 거래 글 올려
제주지방경찰청은 “중고 직거래 앱 ‘당근마켓’에 아이 사진 2장을 올린 뒤 희망금액 20만 원을 받고 입양 보내겠다는 글을 올린 A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제주 서귀포에서 16일 오후 6시 36분경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됐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약 4분 뒤 이 글을 발견한 이용자들이 당근마켓에 신고하자 업체 측은 A 씨에게 삭제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글이 내려가질 않자 6시 44분경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아이의 사진과 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급속도로 퍼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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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출산일이 임박해 임신 사실을 알았고 아이 아빠가 곁에 없어 키우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며 “미혼모센터로부터 입양 절차를 상담하던 중 홧김에 글을 올렸다가 잘못된 행동인 것을 깨닫고 삭제했다”고 말했다. 현재 A 씨와 아이의 건강 상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13일 혼자 병원을 찾아가 아이를 낳았다. 그는 병원에 출산 직후부터 입양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병원 측은 A 씨의 부탁으로 입양기관에 지원을 요청했고, 당일 상담도 받았다. 미혼모 지원 단체 등은 “입양 보내려면 숙려기간 7일이 필요하다”고 알려줬으나, A 씨는 “하루라도 빨리 보내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해당 업체·기관, 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며 해당 글이 게시됐던 업체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크게 일고 있다. 엽기적인 글이 올라왔는데도 약 8분 동안이나 정상적으로 표시된 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관련 앱은 문제 소지가 있는 글들이 자주 올라와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 B업체는 모니터 요원 20여 명이 24시간 대응해 삭제 및 탈퇴 조치를 시행한다. 당근마켓 역시 자체 운영하는 고객센터를 포함해 약 30명 규모의 대응팀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고 대응이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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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관련 기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한 지원 단체 측은 “A 씨가 불안한 심리 상태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를 팔겠다는 글을 올리는 돌발행동을 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홀로 아이를 키우기 막막하고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두려움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 같다. 미혼모 보호와 지원 실태를 다시 점검해 제도 개선 방안까지 살피겠다”고 했다.
제주도와 입양기관, 지원 단체 등은 이달 말 A 씨가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미혼모 지원 시설로 가게 되면 아이의 입양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 행정 절차를 안내하기로 했다. 경찰 역시 이때쯤부터 A 씨에 대한 추가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민구 warum@donga.com·신무경 / 제주=임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