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다시 태어나도 우리
이정향 영화감독
낡고 초라한 암자에서 다섯 살짜리 앙뚜를 업고, 씻기고, 밥을 지어 먹이는 릭젠. 학교에 가는 앙뚜의 낡은 구두를 매일 정성스레 솔질하고 옷을 입힌다. 60세의 나이 차에도 릭젠은 앙뚜에게 존댓말을 쓰며 불경과 세상의 이치를 가르친다. 앙뚜는 이렇게 8년 동안 노스승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더 이상 제자들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티베트로 길을 떠나는 둘. 하지만 두 달여의 힘든 여정은 중국 국경에 가로막힌다. 저 멀리 있을 티베트의 제자들이 듣길 바라며 소라껍데기 나팔을 불고 돌아서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앙뚜가 인도 국경지대의 사원에서 린포체 교육을 허락받는다. 노스승은 앙뚜를 사원에 맡기고 15년 후를 기약하며 떠난다. 300km가 넘는 귀갓길을 홀로 떠나는 70세의 노스승. 어쩌면 이번 생에서 더 이상 못 볼지도 모르기에 앙뚜처럼 눈물을 흘린다.
네댓 살의 어린 나이에 린포체로 인정받아 자신의 사원에서 대접받으며 공부하는 경우에 비하면 앙뚜는 그야말로 ‘흙수저’ 신세다. 하지만 앙뚜가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가난하고 척박한 곳에서 환생한 것은 불행이 아닌 축복 같다. 노스승 릭젠을 만나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을 먹고 자란 앙뚜, 그는 그 사랑을 온 세상에 빛으로 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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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