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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평양이 꿀”… 정부지원 전시에 北미화 서적 버젓이

입력 | 2020-10-16 03:00:00

파주출판단지 ‘북녘 책읽는 풍경’展
6·25 南책임 강조 어린이책 등 공개
野 “국민 혈세로 北 홍보하는 꼴”



15일 경기 파주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Book(北)녘의 책 읽는 풍경’ 전시회에 온 관람객이 북한의 교육 관련 계몽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파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열리는 전시회에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듯한 전시품이 다수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 등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는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의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남북 문화교류 행사의 하나로 ‘Book(北)녘의 책 읽는 풍경’ 전시를 9일부터 18일까지 열고 있다. 15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진흥원은 이 전시에 국고 보조금 9200만 원을 지원했다. ‘걸어서 개성공단 가자’ 같은 걷기 운동을 벌이는 단체 ‘평화의길’이 북한 사진, 도서 등 350여 점의 저작물 대여 및 행사 관리를 맡았다.

15일 전시장에 배치된 ‘남북통일 팩트체크 Q&A’라는 어린이 책에는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임에도 “(광복 후 남북이) 서로 고집만 피우다 싸웠다” 등 남한의 책임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서울의 인구 과밀을 지적하며 “평양이 (살기에) 꿀이구나”라는 표현도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나름 잘 생기지 않았냐”거나 동요 ‘곰 세 마리’를 개사해 “김정은은 뚱뚱해/문재인은 날씬해/서로 웃네, 너무 귀여워”라는 대목도 있다. 또 다른 책 ‘맛있게 읽는 북한 이야기’에는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소년단원들이 당과 수령에 충성하고”라고 말하는 북한 어린이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신식 전자도서관에서 바라본 주체사상탑, 포토샵 교육을 받는 북한 어린이들, 새로 지은 과학기술전당 등 북한의 이른바 ‘발전된 생활상’을 홍보하는 사진도 많다.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간판 앞에서 찍은 유치원생 기념사진도 눈에 띄었다.

전시 관계자는 “과거 불온서적 등으로 분류됐을 법한 내용들이 남북 교류로 전시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의원은 “우리 국민을 사살한 북한 미화를 위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파주=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