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 인준절차 시작 민주 “건보 폐기 가능성” 공세… 배럿 “법원은 그런 역할 안해”
에이미 배럿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법사위 인준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CNN 등에 따르면 짙은 자주색 원피스에 검은 마스크를 쓴 배럿 후보자는 남편, 자녀 7명 중 6명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모두 발언에서 “법원은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정책 결정 및 가치 판단은 선출직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법원은 (그런 역할을) 시도하면 안 되고 대중도 이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인은 헌법과 법률에 적힌 대로 해석할 대법원을 가질 자격이 있다. 나는 그런 역할을 함으로써 국가에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대선 불복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자신이 지명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정치적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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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으로서는 배럿의 지명 자체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청문회를 대선 전 무리하게 배럿의 지명을 강행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특히 배럿이 2017년 대법원이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을 때 비판하는 글을 썼던 일을 거론하며 그를 몰아붙였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이자 법사위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이날 대선 유세를 잠시 접고 화상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리스 의원은 아예 배럿 후보자의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은 채 “대선 직전에 이뤄지는 대법관 인준은 정당하지 못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하며 수백만 명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 도중 ‘민주당에 너무 많은 시간을 주고 있다’는 트윗을 올리며 맞서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보수와 진보 시위대가 각각 시위를 벌였고 최소 21명이 체포됐다. 배럿 후보자가 인준을 통과하면 미 대법원은 보수 대법관 6명, 진보 대법관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 구도로 바뀐다. 이에 따라 대선 결과를 놓고 법적 소송이 진행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