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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형, 윈윈음반 내자” 인디밴드들의 ‘기타 합작’

입력 | 2020-10-08 03:00:00

코로나로 활동 위협받자 글로벌 협업 붐
韓 ‘더 보울스’, 佛 ‘타히티 80’과 손잡아
영상통화-e메일 통해 신곡 프로듀싱
로커 마크는 한-독-일 합작그룹 결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는 모두의 발을 꽁꽁 묶었지만 음악가들은 온라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 ‘전쟁’에서 본부는 정보기술(IT) 1번지 서울이다. 잘나가는 케이팝 그룹뿐 아니라 인디 음악가들도 앞다퉈 글로벌 협업에 나선다. 코로나19로 역시 음악 활동을 위협받고 있는 해외 음악가들이 흔쾌히 손잡으면서 ‘윈윈’을 노린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부문 후보에 오른 밴드 ‘더 보울스(The Bowls)’ 멤버들은 올 5월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루앙에 사는 ‘페드로 형’과 영상통화를 주 2회 했다. 페드로 형은 프랑스 인기 밴드 ‘타히티 80’의 베이시스트 페드로 르상드다. 르상드는 내년에 나올 더 보울스 3집의 프로듀서. 8월에 싱글로 낸 ‘Zero Fear of Water’가 첫 합작물이다. 멤버 서건호 씨(보컬·기타)는 “지난해 타히티 80 내한공연 때 공연 스태프로 일하며 친분을 쌓게 돼 우리 음악을 건넸는데 페드로 형이 마음에 들어 하며 프로듀서까지 자임했다”면서 “당초 5월 방한해 3주간 머물며 함께 녹음실에서 작업하려 했지만 무산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밴드 ‘타히티 80’의 페드로 르상드(왼쪽)가 실시간 영상 통화 기능을 통해 프랑스 루앙에서 서울의 밴드 ‘더 보울스’ 멤버들과 신곡 작업 방향을 논의하는 장면. 르상드는 내년에 낼 ‘더 보울스’ 3집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더 보울스 제공

‘한불(韓佛) 형제들’은 대안을 찾았다. 더 보울스가 신곡을 가(假)녹음해 e메일로 보내면 르상드가 루앙의 스튜디오에서 믹스 작업을 하고 다시 보내주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며칠에 한 번씩 페이스북 영상통화 기능으로 30∼40분간 원격 회의도 진행한다. 마스터링은 캐나다 엔지니어 필립 쇼 보바에게 맡겼다. 서 씨는 “최대 장점은 왕복 비행기표와 체류비가 절약된다는 것이지만 통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집중도가 떨어져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하기에 힘든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밴드 ‘다운헬’ 출신의 로커 마크(최효섭)는 한독일 합작 그룹을 만들었다. 일본 밴드 ‘크리스털 레이크’와 ‘마이프루프’의 멤버 비토쿠(베이스기타) 및 심페이(기타), 독일인 드러머 보도 쇼프를 규합해 ‘마크로스 아이엔시(Markros Inc.)’라는 팀을 결성한 것. 쇼프는 명기타리스트 마이클 솅커(전 ‘스콜피언스’ ‘UFO’)가 이끄는 매컬리 솅커 그룹 멤버다.

다국적 그룹 ‘마크로스 아이엔시’를 결성해 함께 신작을 만들고 있는 한국 로커 마크(왼쪽)와 일본 기타리스트 심페이(오른쪽 위), 독일 드러머 보도 쇼프(오른쪽 아래). 마크로스 아이엔시 제공

마크는 “인맥과 e메일을 통해 섭외했는데 모두 내 신곡 가녹음을 들어보고 흔쾌히 의기투합했다. 각자 자기 악기로 현지에서 녹음한 음원 파일을 e메일로 주고받으며 작업했는데 벌써 11곡을 완성했다”고 했다. 이르면 다음 달 선(先)공개 싱글 ‘Victory’를 내고 내년 중 정규 1집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1곡에 참여한 기타리스트 마리오스 일리오풀로스는 그리스인이다. 각자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일본 독일 그리스 등 4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볼 수 있어 윈윈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음악가와 관계자들은 “대중음악산업이 더 발달한 해외에서도 음악가들이 부업에 나서는 등 상황이 열악해 협업에 더 적극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외 음악가 협업을 돕는 기획사 ‘코넥티드’의 장세윤 팀장은 “해외 음악가 섭외가 코로나19 이후 확실히 수월해졌다. 월드투어 일정이 사라진 이들의 작업 속도도 빨라진 편”이라고 했다. 코넥티드는 지난해 밴드 ‘넬’-영국 DJ 듀오 ‘서드 파티’를 시작으로 최근 ‘소금’-니티 그리티까지 다섯 차례 합작을 주선했고 다음 달부터 내년까지 여섯 건의 합작을 확정한 상황이다.

비대면 합작의 한계도 있다. 마크는 “단기간에 밀도 높게 끝냈을 음반 작업이 지연되고, 신작 발매 후 뮤직비디오 촬영과 홍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쉬운 대로 온라인 콘텐츠로 돌파구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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