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윗을 통해 “나는 내 협상팀에게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때까지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며 “대선에서 내가 이기고 나면 우리는 성실한 미국인들과 중소 사업체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그 대신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나의 뛰어난 대법관 지명자를 (의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요청했다”며 “우리 경제는 잘 되고 있다. 주식시장, 일자리, 실업률 모두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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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또 경기부양안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 쪽에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트윗에서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는 잘 관리되지 않고 범죄가 많은 민주당 측 주(州)정부에 코로나19와 전혀 상관이 없는 2조4000억 달러를 지원하자고 한다”며 “우리는 1조6000억 달러라는 매우 관대한 제안을 했는데 그녀는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협상 중단 결정은 공교롭게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의 경기부양안 통과를 촉구한지 불과 몇 시간 뒤에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회의 강연에서 “코로나19의 2차 확산은 우리 삶에 비극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제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면 미국 가정과 기업들에 고통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파월 의장의 통화 정책을 거친 언어로 비판해왔다.
민주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 지시가 나온 뒤 바로 성명을 내고 “오늘 다시 한 번, 대통령이 나라를 볼모로 자신을 앞세우는 진면목을 드러냈다”며 “그는 우리의 불쌍한 아이들과 실업자, 성실한 근로가정을 돕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워싱턴 정가에서도 매우 예상치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금가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던 경기부양안 협상은 양당이 조금씩 견해를 좁혀 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을 전후로 타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협상 결렬이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모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양쪽은 합의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 다음달 의회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 측과 현장 당원들로부터 반드시 협상 타결을 이뤄야 한다는 압박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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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미국 증시는 이날 오후 들어 급락세를 보였다. S&P500지수는 1.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1.3% 각각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