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도전 중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현지서 지지교섭을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9.19/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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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정상 외교에 발벗고 나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정상 외교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잇달아 전화 통화를 갖고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러 수교 30주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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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도 문 대통령의 전화기는 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오후 6시부터 20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유 본부장이 오랜 통상 분야 경력에 따른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만큼 WTO 발전 및 다자무역체제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라며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한국의 유명희 후보가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메르켈 총리가 유 본부장을 ‘적임자’라고까지 평가하며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아 오히려 문 대통령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연휴를 가리지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유 본부장 지원에 그동안 쌓아온 외교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유럽과 중남미 등 35개국 정상에 직접 친서를 보내 유 본부장을 소개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기구 수장에 많은 한국인이 배출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을 위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외교를 통해 상대국의 지지를 이끌며 ‘후방지원’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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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달 말 유럽 순방길에 올라 스웨덴을 공식방문해 안나 할베리 통상장관을 만나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할베리 장관은 “유명희 본부장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강력한 후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근 루이스 가예고스 치리보가 에콰도르 외교장관,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마리오 로페스 차바리 페루 외교장관, 아이만 후세인 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 칭기즈 아이다르베코프 키르기스스탄 외교장관 등과 전화통화를 통해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했다.
국제기구 선거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의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는 희망 섞인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3년 WTO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쉽게 고배를 마신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상황은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본다”면서 “대통령 정상회담 때나 강경화 장관의 외교행보만 봐도 정부 서포트(지원)를 잘 받고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 어려움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비전 등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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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후보들과 2차 라운드 경합을 벌이게 된다. 1차 라운드에서 8명의 후보자 중 3명이 탈락했고, 유 본부장을 포함해 5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6일까지 진행되는 2차 라운드에서는 164개 WTO 회원국이 최대 2명 이내의 선호 후보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할 2명의 후보를 선정한다.
문 대통령과 정부의 총력전 등에 힘입어 유 본부장은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를 통과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유 본부장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첫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이자 WTO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이 된다. 유 본부장은 통상전문가로 산업부 설립 70년 역사에서 숱한 ‘여성 1호’ 기록을 갖고 있다. 통상산업부 첫 여성 사무관, 산업부 첫 여성 국장, 산업부 첫 여성 1급 공무원을 거쳤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통상교섭본부장에 유 본부장을 발탁했다.
사무총장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G7(주요 7개국), G20(주요 20개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각국 정상 간 모임에 출석해 국제무역 비전을 제시하고, WTO 각국 대사와 통상장관을 대상으로 WTO에 관한 운영과 핵심 이슈를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