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자’ 강을준 오리온 감독 최진수 과감한 골밑플레이 주문 이대성에겐 부담감 떨치기 처방
오리온은 27일 끝난 KBL 컵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이 됐다. 오리온은 지난 정규시즌 최하위로 마친 뒤 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LG 감독 이후 9년 만에 복귀하면서 현장 감각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9일 정규시즌 개막에 앞선 시범경기 성격의 이번 대회를 통해 오리온을 확 달라진 팀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리온은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앞세워 4경기에서 평균 96.5점을 넣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이 같은 체질 개선에는 ‘성리학자’로 불리는 강 감독의 역할이 크다. 과거 LG 감독 시절 경상도 사투리로 승리를 ‘성리’로 발음해 이 같은 별명이 붙은 강 감독은 특유의 유머 감각까지 동원해 침체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자유계약선수로 오리온에 가세한 이대성에게 강 감독은 “선수가 유니폼이 아니라 갑옷을 입고 농구하는 것 같다. ‘송도(이대성 집) 앞바다에 갑옷을 던져버려라!’”라고 했다. 강 감독의 ‘갑옷론’에 부담을 벗은 이대성은 새 팀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평균 17득점, 6도움으로 맹활약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강 감독은 경북 상주 전지훈련 당시 팀 내 터줏대감인 김병철 코치와 낚시를 하며 스킨십을 끌어올렸다. 김 코치는 “감독님이 낚시 초보인 줄 알았는데 캔참치 국물을 떡밥에 적셔 붕어 수십 마리를 잡으셨다. 그러면서 서로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강 감독의 목표는 ‘6강’이다. 컵 대회 우승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강 감독은 “선수들이 ‘농구가 재미있어졌다’고 웃으며 말해줄 때 가장 뿌듯하고 고맙다. 선수, 팬 모두 즐거운 농구를 할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