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방송은 작년 5월2일 ‘김정남 암살사건’ 용의자 리정철(가운데)로 추정되는 인물이 중국 베이징의 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알자지라 캡처) © 뉴스1
‘김정남 암살사건’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인 북한 국적의 리정철(50)이 현재 중국에 머물면서 대북 물자 조달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2일 ‘북한 정보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 “리씨가 북한으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을 데리고 중국으로 가 활동을 재개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미국 정부가 최근 리씨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들어 “미중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미국 측에서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의 해외 파견 근로자 신분으로 3년여 간 현지에 체류해온 리씨가 서류상으로만 고용계약을 맺은 채 실제론 현지 업체(톰보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민법’ 위반을 이유로 추방 조치했고, 이에 리씨는 북한으로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세간의 관심에서 잊히는 듯했던 리씨가 다시 언론에 등장한 건 작년 5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리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중국 베이징의 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알자지라는 당시 말레이시아 당국이 리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리씨가 북한 무역회사 ‘조선봉화총회사’의 수출입 업무를 대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었다.
이런 가운데 미 법무부도 이달 11일(현지시간) 리씨와 그의 딸 리유경, 그리고 말레이시아 국적의 간치림 등 3명을 대북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리씨의 말레이시아 체류 당시 행적 등을 이유로 그가 북한의 ‘해외 무역일꾼’으로서 전 세계 대북 물자 조달망의 중요 일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해외로 파견한 인물의 탈북 등을 막기 위해 가족을 본국에 남겨두는 경우가 많지만, 리씨의 경우 말레이시아 체류 당시 부인과 아들·딸 등 가족과 함께 고급 임대아파트에서 살면서 북한대사관의 공용차량을 이용하는 등 ‘특급 대우’를 받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출신의 후루카아 가쓰히사(古川勝久)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리씨가 해커로 보이는 인물과도 빈번히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유엔 등의) 제재를 뚫고 전개되는 ‘북한 비즈니스’의 주요 인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