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는 집에서 엄마는 화재 전날부터 오랜 시간 집을 비웠다고 한다. 아이들이 라면 말고는 먹을 게 없어서였는지, 라면이 먹고 싶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보통 중학생은 돼야 불을 다룰 만한 인지능력을 갖춘다. 초등학생은 불과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해하지만 작은 불이 얼마나 빨리 큰불로 번질 수 있는지까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어린 형제가 엄마 대신 불을 다뤄야 했던 상황 자체가 마음 아프다. 이번이 아니었더라도 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었다.
▷두 형제의 엄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으로 160만 원 정도를 받아 어렵게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돼 지난달 25일 자활 근로사업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매일 시간제 자활 근로에 나갔다고 하니 두 형제는 오래전부터 엄마 없는 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는 데 익숙했을 것이다.
▷두 형제의 엄마는 겨우 서른 살이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두 형제가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이라는 인상을 주는 가운데서도 형은 동생을 꼭 데리고 다니고 동생은 형의 말을 잘 들었다고 한다. 형은 아직도 위중한 상태이고 동생은 호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형제가 건강하게 회복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이 조금은 걷힐 듯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