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제로금리 2023년까지 유지 시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6월 30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부양책을 촉구하고 있다. 16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앞으로 최소 3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AP 뉴시스
연준은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현재의 0.0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고, 점도표(dot plot)를 함께 공개하며 제로금리를 2, 3년 이상 끌고 가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만약 연준이 이날 밝힌 대로 정책금리를 향후 3년 이상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7년간 제로금리가 유지된 이래로 또다시 장기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연준은 올 3월 금리를 0.0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지금까지 계속 동결해 왔다.
또 연준은 국채 등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 그만큼 시중에 자금이 풀려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현재 미국 경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해소됐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연준에 따르면 올봄부터 미국에서 일시적 해고를 당한 사람은 1200만 명에 이르고, 200만 명은 영원히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노동부는 17일 지난주(6∼1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86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 3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봉쇄 이후 6개월간 누적으로는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주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은 6100만 명이 수당을 청구했다. 다만 연준은 실업률이 차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올 4월 14.7%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달 8.4%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연준이 강력한 저금리 기조를 밝혔지만 증시는 힘을 받지 못했다. 이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6% 내린 3,385.4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5% 하락한 11,050.47에 장을 마감했다. 미 증시는 17일에도 1∼2% 급락한 채 개장했다. 17일 한국 코스피도 전날 대비 29.75포인트(1.22%) 하락한 2,406.17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로 장중 한때 2,400 선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코스닥 역시 전일보다 11.10포인트(1.24%) 내린 885.18로 거래를 마감했다. 일반적으로 저금리 기조는 주가 상승 요인이지만 이날 증시에선 3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미국 연준의 방침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가 그만큼 안 좋다는 방증으로 인식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