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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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북-미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화염과 분노’ 시기에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실제 전쟁을 각오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도하면서 북한의 공격으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전쟁을 예견하고 있었느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 “그는 완전히 준비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완전하게 전쟁할 준비가 돼 있었고 그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협상을 위해) 만났다”며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엄청 나쁜 전쟁, 힘든 전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한 일정으로 DMZ 방문을 시도했던 2017년 11월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그들(북한)이 내가 가는 것을 알고 있지?”라고 물으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부인) 멜라니아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면서 ‘당신을 다시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나 자신을 걱정하는 게 아니고 미국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되면 나라에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짙은 안개 때문에 헬기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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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으로 치닫던 긴장감을 누그러뜨린 것을 외교적 성과로 우드워드에게 여러 차례 자랑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때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을 과시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인상을 묻는 우드워드에게 “싱가포르는 괴물(monster·대단했다는 의미)이었다”며 “나는 인간 역사에서 그보다 많은 카메라는 본 적이 없다. 당신이 본 적이 없는 미디어 세팅”이라고 자랑했다.
신간 ‘격노’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을 ‘폭탄’으로 부르며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놨다.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로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끈 우드워드는 앞서 격노 집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나 인터뷰했다.
우드워드는 13일(현지 시간) CBS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인터뷰 중 ‘대통령직이란 언제나 다이너마이트 폭탄을 문 뒤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다이너마이트는 트럼프 대통령 그 자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들, 아주 압도적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등의 증거들로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김예윤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