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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SK가 어쩌다가…김광현 부재 나비효과?

입력 | 2020-09-10 11:43:00

1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염경엽 SK 감독이 박수를 치고 있다. . 2020.9.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창단 후 최다인 88승을 거뒀던 SK 와이번스가 불과 1년 만에 바닥을 찍고 있다. 2000년 이후 20년만에 11연패를 당하면서 9위(32승1무71패)로 떨어져 꼴찌 추락까지 걱정하는 처지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29승2무71패)와 불과 1.5경기 차이다.

시즌 초반부터 닉 킹엄, 이재원, 한동민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염경엽 감독도 건강상 이유로 시즌 아웃되면서 지난 8일부터 박경완 감독대행이 다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빠진 자리를 메우는 준비가 부족했다”며 “연패를 끊어줄, 때로는 연승을 이끌어 줄 SK의 버팀목이 없다”고 지적했다.

◇ 신기루처럼 사라진 김광현+산체스의 34승, 안일했던 SK

2019시즌 SK는 김광현, 앙헬 산체스(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원투 펀치가 34승을 수확하며 마운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2020시즌을 앞두고 김광현은 메이저리그로, 산체스는 일본 무대로 떠났다.

이들의 공백은 예상보다 컸다. 엄밀히 말하면 그 동안 SK 마운드의 기둥이었던 김광현의 부재가 뼈아팠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SK에서 김광현의 존재감은 단순한 선발 1명 이상이었다”며 “강력한 1선발 덕분에 2~3선발 외국인 투수들도 많은 승수를 올릴 수 있었다. 김광현이 있었기 때문에 강한 3선발 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 SK는 닉 킹엄을 1선발로 내세웠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만 던지고 이탈했다. 믿었던 리카르도 핀토도 마운드에서 불같은 성격을 다스리지 못해 4승12패, 평균자책점 6.93에 그치고 있다.

박종훈(7승9패), 문승원(5승6패) 등 토종 선발들이 버티고 있지만 상대 투수들과 붙었을 때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엔 역부족이다. 선발진의 붕괴는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고, 지난해 구원 1위였던 하재훈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SK는 올 시즌 팀 내 최다승이 박종훈의 7승(9패)이다. 이건욱(5승6패)까지 포함해서 4명의 선발진이 올린 승수는 20승에 불과하다. 일단 선발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기 때문에 매 경기 어렵게 풀어갈 수 밖에 없었다.

김정준 SBS SPORTS 해설위원은 “김광현이 빠진 자리 등 여러 부분에서 위기가 감지됐음에도 스토브리그에서 준비가 소홀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함이 낳은 결과”라고 했다.

◇ 육성 외쳤던 SK, 키스톤 콤비 어디로 갔나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육성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적과 육성 어느 것 하나 얻은 것이 없었다.

SK는 비시즌에 내야 FA 자원이 나왔음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내부 자원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겠지만, 이 선택은 맞지 않았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스프링 캠프까지 기대를 모았던 유격수 정현-2루수 김창평의 키스톤 콤비는 언젠가부터 1군에서 보이지 않는다. 현재 SK는 유격수 김성현, 2루수 최항이 맡고 있다. 결국은 지난해로 되돌아갔다.

김정준 위원은 “올 시즌은 특히 시즌 개막까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예전보다 길었지만, SK는 경각심이 없었다. 키스톤 콤비의 경우에도 육성을 외쳤지만 지금 달라진 것이 없고, 원점으로 되돌아 간 것 같다”고 꼬집었다.

SK가 누차 강조했던 센터라인에도 포수 이재원의 부진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재원은 시즌 초반 공에 맞아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하는 악재를 겪었고, 이후 1군에 돌아왔지만 성적은 44경기에서 타율 0.133 1홈런 8타점으로 처참하다.

SK는 트레이드로 이흥련을 데려왔고, 시즌 중반에는 이현석이 포수 마스크를 쓰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안 그래도 비틀거리는 마운드인데, 안방마님까지 계속 바뀌면서 더욱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설위원은 “롯데를 보면 키스톤 콤비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롯데는 딕슨 마차도라는 준수한 유격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수비가 안정됐다. 반면 SK는 키스톤 콤비가 흔들리면서 전체적인 수비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 지금보다 내년이 진짜 위기일수도

전문가들은 SK의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닐 것으로 입을 모았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올해 이렇게 무너지면 내년도 없다”고 한 말처럼 지금부터가 진짜 위기라는 평가다.

김정준 위원은 “단순히 지금 연패를 보는 것이 아니라 뿌리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며 “어떻게든 시즌을 보내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건강상 이유로 염경엽 감독이 2차례 병원을 드나드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도 SK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해설위원은 “지금 SK의 상황은 한마디로 선장을 잃은 배”라며 “선장이 없으면 선원들 사이에서도 여러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다른 해설위원도 “SK는 말 그대로 총체적인 난국”이라며 “지금보다 내년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살피고, 실패를 인정하며 다음 시즌을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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