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뉴딜’은 실패한 공황 대책 구멍난 펌프에는 마중물 효과 없어
김광현 논설위원
사실 뉴딜의 내용은 그보다 훨씬 넓고 깊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규정으로 전통적인 자유방임의 기조에서 벗어나 경제 사회 곳곳에 정부의 개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뉴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하지만 정치적 연대 효과나 사회보장법 도입을 비롯한 사회개혁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하더라도 적어도 경기회복, 즉 불황 탈출 대책으로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루스벨트의 최측근이자 재무부 장관인 헨리 모겐소는 1939년 하원 청문회에서 “이전에 없던 수준으로 돈을 썼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 이번 정부가 집권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큼 실업률이 높습니다. … 게다가 부채도 어마어마합니다”(미국 자본주의의 역사·Capitalism in America,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올드리지, 2020년)라고 뉴딜 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다.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뉴딜 정책 실패의 가장 강력한 증거로 실업률을 들고 있다. 1939년 미국의 실업률은 17.2%, 실업자는 948만 명으로 전임 정부 마지막 해(실업률 16.3%, 실업자 802만 명)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루스벨트가 떠들썩하게 내세운 공공 부문의 일자리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 파괴로 상쇄됐다”는 설명이다. 대공황의 늪에서 미국 경제를 꺼내준 것은 뉴딜 정책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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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20조 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요즘 시중에는 유동자금이 넘쳐난다. SK바이오팜 공모주에 31조 원, 카카오게임즈에 57조 원의 청약증거금이 일시에 몰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뉴딜펀드의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는지 파격적인 세제 혜택에 정부가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원금의 10%에 대해서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손실을 떠맡아 ‘사실상’ 원금을 보장해주는 효과를 주겠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잘될 사업에 정부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고,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사업에 대한 투자자의 손실을 일반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보전해주겠다는 것은 어느 쪽으로 봐도 옳지 않다. 편법에 편법을 더하는 것은 민간 투자가 정부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명칭을 따온 원조 뉴딜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