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한 팔근육 자랑하는 수영선수, 먹방 위해 운동하는 개그우먼 등 건강한 근육 만들려는 여성 늘어…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등 페미니즘 강조한 책 잇달아 출간
건강한 먹방을 위해 운동을 시작한 ‘타고난 근수저’ 개그우먼 김민경(위 사진), 우리 나이 50세에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한 배우 황석정(아래 사진) 등 운동으로 근력을 키운 여성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네이버tv·‘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화면 캡처
케이블TV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 중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정유인이 처음 등장할 때 나타난 자막이다. 정 선수는 훈련으로 만들어진 어깨와 팔 근육이 조금 과장해서 배우 마동석만큼 우람하지만, 앳된 얼굴은 배우 문근영과 닮아 반전(反轉) 캐릭터로 인기다. 한때 정 선수는 근육에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근육을 줄여 보정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많은 여성 팬의 응원 속에서 정 선수는 방송에서 민소매를 입고 근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채 즐거워한다.
운동하는 여성 저자가 쓴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여자는 체력’ ‘50, 우아한 근육’ 등도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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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돼 왔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휴머니스트)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웅진지식하우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다산책방) ‘여자는 체력’(메멘토) 같은 책은 모두 젊은 여성이 운동 습관을 들이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동시에 운동하는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 시선과 싸워온 경험을 녹인 에세이다.
이들의 운동 목표는 다이어트보다는 건강과 근육에 방점이 있다. 날씬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튼튼한 몸으로 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이들은 운동센터를 찾은 여성에게 다짜고짜 “다이어트하러 오셨죠”라고 물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자는 체력’을 쓴 운동처방사 박은지 씨는 “여성은 운동하기 전에 자기 몸에 대한 재평가부터 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사회나 타인이 원하는 몸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며 “내 적정 몸무게는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 때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는 이슈에서 소외되던 50대 이상의 여성도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올해 50세가 된 배우 황석정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체중을 10kg 감량하고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갱년기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동화작가 이민숙 씨(50)가 쓴 ‘50, 우아한 근육’(꿈의지도)은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000권이 다 나갔다. 꿈의지도 관계자는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도 모르게 ‘하얗고 마른 몸’이라는 19세기의 수동적인 여성상이 주입됐다면 이제는 헬스, 복싱을 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페미니즘적 자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