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철회 서명운동 1년, 와다 하루키 교수 인터뷰 “한국을 적으로 두고 살 수 없어 아베 정권, 국민의 신뢰 상실 韓, 총리 바뀌면 정상회담 열고 2015년 위안부 합의 보완해야”
일본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으로 꼽히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82·사진) 도쿄대 명예교수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 이후 일본 지식인들과 함께 수출규제 철폐 서명운동 ‘한국이 적인가’를 이끌었다.
와다 교수는 “아베 총리가 올해 시정 연설에서 한국을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밝힌 것으로 볼 때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근본적인 관계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을 적이라 생각한 채로 살아갈 수 없다”고도 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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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정치인 중 한일 관계를 위해 누가 적합하냐고 묻자 와다 교수는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아니어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경험이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정조)회장은 한일 관계에 있어 아베 총리가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와다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리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 이후의 일본 새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해 2015년 합의를 보충해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일본 국민들도 강제징용 문제에 지혜를 모아 협력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선 “불매 운동보다는 한일 정부, 기업, 국민이 협력하는 분위기가 나타나야 한일 관계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좋은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부인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베 총리가 건강 이상설에 대해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기자회견에서) 건강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사주간지 슈칸분슌 최신호(27일자)는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의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치료제로 억제될 수 없을 만큼 심해져 과립공흡착제거요법(GCAP) 시술을 받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GCAP는 혈액을 빼내 특정 성분을 제거한 뒤 다시 몸속으로 투입하는 치료법이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