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핵심 막강권한 공식 인정 “김정은이 역할-책임 나눠 통치”… 이인영은 “2인자 전권 해석은 무리” 鄭국방 “일부 육참총장 日軍 몸담아”… 김원웅 주장 일부 인정해 논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핵심 권력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 인사권까지 틀어쥔 김 제1부부장의 북한 내 막강한 권한을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이 실질적으로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가’라는 미래통합당 윤주경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 간부 인사와 검열권을 행사하는 조직지도부는 당 권력의 핵심이다.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 제1부부장이 조직지도부로 담당 부서를 옮겼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지만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소속 부서를 밝힌 적이 없었다. 이번에 정 장관이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김여정의 공식 직책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고 말했다가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또 정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정군에 대한 영도 유일 체제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 역할이나 책임을 분산시켜 (통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이 대미, 대남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본인(김여정)이 그렇게 표현했기 때문에 사실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제1부부장이 북한 엘리트에 대한 감시와 통제 권한을 지녔다는 건 백두혈통 신분의 상징적 권력을 넘어 실권까지 거머쥔 것”이라며 “2인자 자리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반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이 2인자나 후계자로서 위상을 확립해 전권을 행사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견을 보였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제재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으로 이른바 삼중고에 처했다고 알려져 있다”며 “북한 경제 상황 악화 등이 앞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데 기반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역대 육군참모총장들의 친일 전력을 지적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 발언을 일부 인정해 논란이 일었다. 정 장관은 “일부 육군총장이 일본군에 몸담았던 건 사실”이라며 “다만 (그분들이) 6·25전쟁에 참전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역사적으로 공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 육군총장부터 21대까지 한 명도 예외 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육군총장이 됐다”는 15일 김 회장의 발언 뒤 군 수뇌부에서 나온 첫 공식 입장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