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1번째 영화 ’테넷(Tenet)‘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물리학 개념인 인버전(inversion·도치)이 어떻게 실현가능한지 묻는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에게 과학자 로라는 이렇게 말한다. 인버티드(inverted·인버전이 적용된 상태) 된 총알이 시간을 거슬러 총알을 떨어뜨린 자신의 손으로 되돌아온 것을 경험한 프로타고니스트. 사물이 인버티드 되는 원리를 파고들수록 혼란에 빠지던 그는 손에 총알이 잡힌 그 느낌을 기억하고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직감이군요(Instinct).”
그 말처럼 테넷은 이해하려 들기보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느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50분간 쏟아지는 인버전, 엔트로피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조차 시나리오를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해 완독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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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품에 비해 인물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주인공들의 애틋함을 초반부에 표현해 그들이 수행하는 미션의 당위성에 관객이 공감했다. 하지만 테넷에서는 목숨을 걸고 시간을 역행하는 주인공들의 사명감과 절박함에 대한 묘사는 생략되고 이들이 그저 앞으로 내달리는 상황만 지속돼 관객이 공감할 대목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어설픈 액션신이 옥에 티‘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워싱턴의 활약에 액션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프리포트라는 곳의 예술품보관소에서 벌어지는 1 대 1 격투, 후반부 인버전을 거친 프로타고니스트가 필름을 되감은 것처럼 모든 동작을 거꾸로 펼치는 액션 등은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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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