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에 유명 캐릭터 콘텐츠 접목… 테마파크 ‘스누피 가든’ 김우석 대표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지난달 오픈한 ‘스누피 가든’. 오름과 곶자왈 등 제주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야생 자연환경 속에서 스누피 친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마파크다. 스누피와 우드스탁 등 비글 스카우트 대원들이 제주의 폭포와 자연을 탐사하는 야외정원.
‘스누피 가든’을 기획한 남해종합건설의 자회사 에스엔가든의 김우석 대표(46·사진)는 조경학 박사학위를 가진 조경 전문가다. 남해종합건설 창업주 김응서 회장의 아들인 그는 수년 전부터 제주 33만여 m²의 땅에 조경용 나무를 심어 수목원을 만들었다. 그 안에 8만3000m² 규모로 실내외 전시관과 체험시설을 갖춘 스누피 테마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스누피 팬이었던 김 대표는 2017년 일본 도쿄 롯폰기에서 스누피 뮤지엄 전시를 보고 자신의 수목원 꿈을 살릴 콘텐츠가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작정 일본 소니엔터테인먼트사와 홍콩,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의 유가족에게 직접 전화하고 수차례 찾아간 끝에 국내 최초로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스누피의 세상을 깊이 연구하면서부터 그는 “얼굴도 스누피를 닮아간다”는 소리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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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가든 전시관의 스누피 친구들 캐릭터.
제주 ‘스누피 가든’ 입구에 걸려 있는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Rest this Afternoon)!”는 대표적인 모티브. 원래 만화 속 스누피의 대사는 “어제로부터 배우고,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바라보며,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다. 어제, 오늘, 내일로 이어지는 일상의 수고를 잠시 내려놓고 제주의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가져보자는 뜻이다.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야!”와 같은 인용구에 공감하고, 스누피가 타자 치며 소설을 쓰는 개집 안 풍경을 재현한 전시룸을 구경하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야외정원에 있는 찰리 브라운의 야구 광장.
“50년간 연재된 피너츠 디지털 아카이브에는 ‘마스크’ ‘안경’ 등 관련 키워드 검색만 하면 수많은 일상의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책에 실린 유명한 인용구만 1만5000편이 넘어요. 이 때문에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부터, 위트 있는 인생 이야기에서 힐링받는 어른들까지 전 세대가 공감하는 것이 스누피의 매력입니다.”
만화 속에서 스누피는 항상 개집의 빨간색 지붕 위에 누워 잠잔다. 작가가 키우던 반려견 비글이 폐소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제주 ‘스누피 가든’의 로고 속에는 스누피가 제주의 초록색 오름 위에 누워 있다. 비글 스카우트 탐험대장인 스누피가 아부오름, 안돌오름, 백약이오름, 비자림 등 한라산에서 가까운 중산간 지역의 청정지대에서 뛰어노는 듯한 모습이다.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에피소드 정원에는 피너츠 사색 들판, 찰리 브라운의 야구잔디 광장, 비글 스카우트 캠핑장, 호박대왕의 호박밭, 루시의 가드닝 스쿨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관람객들은 숲과 호수에서 피너츠 캐릭터와 함께 걸으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스누피 모양의 돌하르방도 사진 찍기에 좋은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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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스누피는 캠핑을 좋아하고, 찰리 브라운과 패티는 나무 아래에서 인생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피너츠 친구들은 늘 자연 속에서 서로 소통한다”며 “전 세계에 스누피 카페, 호텔, 놀이공원은 있지만 수목원과 결합된 테마파크는 처음이기 때문에 제주 중산간 지역의 기후와 생태를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